제 블로그에 의외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입니다. 지금은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으로도 불리지요. 최근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글 하나 올리는 나태한 무파워 블로그 15년째. 지금 이 글이 그에 대한 세 번째 글이 되는군요.
+2019.2. 하남 자택에서 인터뷰 중인 안현수.
러시아 대표팀의 도핑 문제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이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였습니다. 도핑 의혹, 은퇴설, 중국 국가대표 코치설, 한체대 플레잉코치설 등 온갖 ‘썰’들에 대해 맘고생하며 눌렀던 말이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언뜻언뜻 예전 그의 훈련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와의 첫 대면은 12년 전이었습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던 안현수를 카메라에 담게 된 건 다음해인 2007년 1월 한체대 훈련장이었습니다. 그때 회사로 돌아와서 쓴 블로그 글의 일부 입니다. 처절한 훈련이 인상 깊었습니다.
+2007.1 한체대 훈련장.
“중간 중간 탈진할 듯 힘들어 하는 표정이 안타까웠습니다. 막간이라도 감히 사진포즈를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비오는 듯 흐르는 땀과 거칠게 내뱉은 숨소리가 의식 같았지요. 피나는 노력이라는 상투적인 표현도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2007.1.11.)
그리고 7년 뒤 다시 한 번 블로그에 등장합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했을 때였습니다. 오래전 짠했던 훈련장면을 떠올리며 썼던 글이지요.
+2014.2 소치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촬영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그의 국제대회 다관왕 등 활약상이 언론에 부각됐습니다.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라는 러시아 이름으로 말이지요. 누군가는 쉽게 배신을 얘기하겠지만, 그가 귀화했던 당시 기사를 보면 그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소치에 도착한 그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그저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답니다.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가 소치에서 한국 선수들과 경쟁을 펼칩니다. 적지 않은 나이,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더라도 말이지요. 7년 전 카메라 셔터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그의 훈련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2014.2.4.)
안현수는 러시아 국적으로 이 대회 3관왕을 차지했지요. 당시 훈련장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던 여자친구는 이후 부인이 됐고요. 선수로 마지막 무대였으면 했던 평창동계올림픽은 러시아 대표팀의 도핑의혹으로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거취에 대한 여러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진 인터뷰에서 안현수의 답은 단호했습니다.
“선수로 뛸 거예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습니다.”(경향신문 2018.2.11.)
3년 뒤 그에 대한 네 번째 블로그를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려먹고 다시 또 우려먹게 되는 ‘사골' 블로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ㅎㅎㅎ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지 못한 사진이 하는 말 (1) | 2019.06.19 |
---|---|
버터링쿠키와 아메리카노가 문득 그리워진 날에 (0) | 2019.03.20 |
'한 번 해볼까요' (0) | 2019.02.09 |
새가 있는 풍경 (0) | 2018.12.05 |
새가 없는 풍경 (0) | 2018.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