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어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지난 주말. 홍대 앞은 더위를 무색케 하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다. 비주류 대안문화축제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7’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관객이 경계를 허물고 신명나는 ‘난장’을 벌이고 있었다.
| 관객들이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마임아티스트가 만들어 올린 비눗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더위를 잊은 관객과 예술가들이 늦은 밤까지 어울렸다. |
축제는 ‘고성방가(음악축제)’, ‘내부공사(미술전시축제)’, ‘이구동성(무대예술제)’, ‘중구난방(거리예술제)’등 4가지 테마로 홍대 인근 실내외 공연장과 전시장, 거리 곳곳에서 펼쳐졌다.
| 물신주의에 찌든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설치미술 작품 ‘지금, 오늘’. 돈을 향해 줄을 부여잡지만, 헤어나지 못하는 거미줄이다 |
페스티벌의 주무대인 ‘걷고 싶은 거리(프린지 스트리트)’에 아카펠라 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운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자, 어느새 모여든 관객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서서 흐르는 노래에 온몸으로 박자를 맞췄다. 공연자와 관객들은 땀을 연방 훔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일본 뮤지션 사토 유키에씨가 전자기타에 오리인형 등 플라스틱 장난감을 문질러 기괴하고 신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거리 전시벽 앞. 예술가들이 영상이 투영된 벽 사이에서 기괴한 음악에 몸을 맡겼다.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던 예술가들은 손을 뻗어 관객을 끌어들였다. 손에 이끌린 관객은 외국인, 어린아이, 아주머니 할 것 없이 즉흥적으로 개성적인 동작을 만들어 냈다. 예정되지 않은 시간과 공간에서 20여명의 예술가와 관객의 어울림은 매력적인 작품이 됐고, 관객은 예술가가 됐다. 서로에게 보내는 긴 박수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 마임공연 ‘날으는 편지함’에서 한 마임아티스트가 편지함에 담을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
인근 서교지하보도에서는 미술, 음악, 무용, 마임,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종이상자로 집을 짓고 노숙을 시작했다. 잊혀져가는 지하보도에서 맘껏 활동하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8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실제 노숙을 하면서 공연을 펼쳤다. 작품에 참여한 이종순씨는 “서로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해가는 ‘과정’을 새로운 예술영역으로 모색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앞으로 예술가들의 더 활발한 교류를 통해 예술과 관객이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접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인디밴드와 관객들이 끝까지 쉬지 않고 놀아야 한다는 ‘철인3종쑈’가 열린 라이브클럽 ‘사운드홀릭’. 관객들이 강한 비트의 음악에 뛰며 열광하고 있다. |
관객들은 인디밴드의 ‘고성방가’에 같이 땀 흘렸고, 입어보고 만지고 찾으며 살아 움직이는 미술을 체험했다. 극장무대가 아닌 갤러리, 카페 같은 대안공간에서 펼쳐지는 연극공연은 바로 옆에 앉아 연기하는 배우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 다양한 장르의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즉흥 움직임’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실제상황 즉흥 프로젝트’가 거리에서 관객과 함께 개성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올해 10회째 맞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전통적인 미학규범과 자본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예술의 잔치’다. 장르를 뛰어넘은 예술가들의 결합과 소통, 정형화된 공간과 형식의 파괴 등 다양한 실험과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들이 작품 곳곳에 깊이 스며 있었다.
| 여성 관람객이 홍콩예술가 모바나 첸의 [‘나’를 입어라]전에서 잡지를 국수처럼 길게 뺀 뒤, 뜨개질을 해 만든 작품을 입어보고 있다.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