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갑니다. 시간은 멎은 듯하고 자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요. 후보자들과 사진기자의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즈음해 후보자가 물이라도 한잔 마실라치면 셔터 세례가 퍼붓게 마련입니다. 물 마시는 이미지는 후보자의 불안, 긴장, 결함을 드러냅니다. 특히 청문회장에선 이런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치기 마련이지요. 이를 잘 아는 두 후보는 잘 참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브가 선악과를 탐했듯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못 견디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목은 필요이상으로 타고 얼굴은 평소보다 몇 배 더 간질거립니다. 왜 난데없이 눈이, 혹은 코에 손이 가는지 설명이 안 되는 것이지요.
지난 2012년,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간 손학규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경선 때쯤 사진기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사진기자들 때문에 물도 못 먹겠고, 아까부터 이마가 가려웠는데 긁지도 못 하겠다”고 불편함을 우스갯소리로 가장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에겐 민감한 부분이지요.
이쯤되면 '물 마시는 사진'을 그렇게 집요하게 찍어야 하는가, 묻게 됩니다. 그저 말하는 사진보다 동작이 있는 사진이 훨씬 역동적인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지요. 또 ‘물 먹는다(낙종하다)’라는 기자들의 은어에 기대면 은유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흠이 다소 틀에 박힌 이런 사진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공식입니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이 없다지만, 너무 많은 먼지를 일으키는 이가 고위직 후보에 지명된다면 ‘물 먹는’류의 사진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두 장관 후보자들은 이날 ‘물 마시기’를 비교적 잘 참아냈지만 물을 대체하는 다른 모습들로 기록됐습니다. 물 마시는 사진이 더 이상 뉴스에서 먹히지 않는 날이 온다면, 비록 사진이 심심하고 밋밋하더라도 기꺼이 기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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