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야근회의에서 한 사진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공갈발언 등으로 서로 낯을 붉혔던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 워크숍에서 악수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설명에는 ‘화해하고 있다’라고 썼는데 표정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화해의 악수에 기대되는 표정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정치인들의 악수의 문법은 일반인의 그것과 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정치인처럼 악수를 많이 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특히 국회에서 보는 여야 지도부들은 아침 회의에 들어서자마자 악수하고, 또 다른 오후 회의에서 만나 다시 손을 잡습니다. 한 날 한 사람과 세 번 이상 악수를 나눌 수 있는 직업인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전날 악수하고도 다음날 그리 반가울 수 없게 또 악수를 나눕니다. 악수에 녹아든 여러 의미를 인정하더라도 '과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정치인들의 습관적 악수는 아마도 선거에 기인하지 않나 싶습니다. 선거 기간엔 악수 한 번이 소중한 한 표로 돌아오리라는 기대심리가 작동됩니다. 부지런히 발품 파는 이유지요. 한 사람씩 눈을 맞추고 짧은 대화도 시도하며 시작한 악수도 수많은 유권자의 손을 잡으면서 차츰 기계적 행위로 바뀌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사진을 보면 악수는 앞사람과 하며 시선은 다음 악수를 할 사람에게 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조급하기 마련인 선거판에서 악수의 횟수는 큰 위안을 주지 않겠습니까.
극심하게 대립하는 여야의 회의도 일단 시작은 악수입니다. 악수 할 분위기가 전혀 아님에도 뭔가 심심하다 느끼는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버릇처럼 “악수 한 번 해주시죠?”하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오히려 악수 포즈 이후 냉랭해지는 표정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래저래 악수는 정치인의 몸에 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없이 버릇처럼 하는 행위’를 ‘정치인의 악수’에 비유하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악수의 개념 차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꼬리를 무는군요. 정치인들의 악수 장면을 많이 보고 또 찍어서 그런지 저도 평소 손을 내밀어 '영혼 없는 악수'를 곧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악수가 결코 간단한 행위는 아니지요. 단 몇 %의 영혼이라도 담아 손을 잡아야겠습니다.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수막 정치 (0) | 2015.07.23 |
---|---|
정치드라마 (1) | 2015.07.10 |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2) | 2015.05.30 |
오뎅 정치학 (0) | 2015.03.21 |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0) | 201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