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에 우윤근 의원만 나오데요”
“뭐, 옳은 말 했나보지요”
이병호 국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장에서 새누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던진 말에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유롭게 받았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말 속엔 뼈가 있습니다. 전날 종일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TV뉴스에는 우 의원 질의 중심으로 보도됐다는 것이지요. 정보위 여야 위원들은 그런 얘기 등을 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기자들을 위해 회의 시작 전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스케치 취재를 허락했습니다. 평소 정보위는 국가기밀 등이 얘기되는 회의라 취재진에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물론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는 예외입니다만.
회의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한 의원이 “백 날 취재하면 뭐해. 실리지도 않을 걸...”하고 말을 꺼내자, 두어 명의 의원들이 한마디씩 거들어 지원사격을 합니다. 지면에도, 방송화면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한정된 지면과 제한된 방송분량에 어쩔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일말의 섭섭함이 토로합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던 어린 시절의 설레던 꿈은 나이가 들어도, 우리나라에 300명도 안 되는 희소 직업인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정치인이 언론에 등장하길 원하는 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심지어 자신의 ‘부음’ 사진만 아니라면 어떤 식의 사진도 좋아라하는 이들이 정치인이라는 유머도 있을 정도입니다.
국회에 출입하며 얼굴도 이름도 낯선 의원들을 많이 봅니다. 평소 지면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손에 꼽을 정도지요. 보이지 않는다고 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체에 오르내리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소신껏,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이 신문에 나지 않으면 저도 섭섭합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속상해 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은 있어야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섭섭해 마시길.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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