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다 목숨을 끊은 노동자의 유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만해. 주가 떨어져.”
날카로운 고함이 날아들었습니다. 일순간 시선이 목소리가 흘러나온 고급 세단으로 몰렸습니다. 소리를 지른 운전자가 조수석 차창을 반쯤 내린 채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기자회견 준비로 사옥 앞을 지나가는 차량이 서행하는 동안 이 운전자는 작심한 듯 외쳤던 겁니다. 악을 쓴 목소리엔 적의가 담겼습니다.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짜증과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습니다. 아주 짧은 정적 후 한 유족이 되받았습니다. “오늘 주식 사세요.”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당신 말대로 주식이 떨어진다면 사야 할 때가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세단이 큰 도로로 빠져나가고 회견이 시작됐지만,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 면전에서 할 말인가.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 지경이 되었을까. 공감까지 바랄 건 아니지만,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인간도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일 테지요. 추한 탐욕을 노골적이고 적대적으로 드러내는 그런 인간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게 참담하게 느껴졌습니다.
▲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고 김치엽씨는 2024년 4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화성사업장에 입사했습니다. 고인은 당시 삼성전자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던 HBM 개발 업무에 관여하다가 지난해 3월 사망했습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 화성지사에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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