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회의가 열리는 국회 여야 대표실 또는 원내대표실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앉는 자리 바로 뒤에 걸립니다. 대표 등이 앉아서 발언할 때 정확히 머리 위로 글씨가 지나갑니다. 사진기자나 영상기자들이 잡는 앵글에 잘 들어가도록 제작된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얼마 전 홍보위원장으로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 손혜원씨를 영입했습니다.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아파트 ‘힐스테이트’ 등을 탄생시킨 업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군요. 손 위원장이 당의 현수막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기사를 인용했습니다. 대표 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이 사진기사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다는 겁니다. 정당 사진의 특징을 그새 파악한 것이지요.
머리 바로 위로 지나가는 글씨를 잘라내면 사진이 답답해지고 글씨를 다 넣으면 사진이 다소 벙벙하고 지저분해 집니다. 지저분한 사진보다 답답한 사진을 더 참지 못하는 사진기자의 트리밍 습관이 생산된 사진기사에 드러나는 것이지요.
이 현수막에는 당이 지금 집중하고 또 시급하게 생각하는 현안이 간결하게 적힙니다. 그냥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홍보 수단으로 적극 이용하는 것이지요. 당 정책은 물론이고 여야가 맞서는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도 현수막에 담아냅니다. 요즘 자주 바뀌는 것을 봅니다. 제작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읽는 기사’에서 ‘보는 기사’로의 흐름이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이지요.
외부 전문가를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잘 디자인 된 현수막을 다채롭게 내걸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여야의 ‘현수막 정치’의 경쟁이 본격화 될지도 모르겠네요. 현수막 위에 쓴 정치 메시지들이 금세 갈아치워지는 현수막처럼 가볍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