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르포]달동네 골목골목 꿈이 익는다 | ||||||||||
입력: 2005년 08월 19일 17:12: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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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본동 산 104번지. 하늘과 가까워 달이 가장 밝게 비친다는 달동네다. 1960년대 말 서울 곳곳의 철거민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이곳은 현재 1,700가구가 산다. ‘난곡’ 같은 이름난 달동네들이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그 모습이 그대로인 곳이다.
동네 입구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을 따라 서너평쯤 돼 보이는 남루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붕엔 장맛비에 대비할 요량으로 덮은 비닐이 단단한 끈과 묵직한 돌들로 고정돼 있다.
골목에서 이어지는 골목 또 골목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고 그 미로를 따라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쪽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부엌과 방이 빈곤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달동네의 낮은 조용했다. 가끔 개 짖는 소리와 야채장수의 마이크 기계음이 전부였다. 젊은 사람들이 일터로 빠져나간 이 곳의 낮은 노인들의 세상이다. 손수레를 끌고 골목을 헤매며 폐품을 줍는 노인들과 골목 그늘진 곳에 자리를 펴놓고 얘기를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비에 젖은 신문지를 말리고 있는 한 할아버지는 “가만 있으면 아프기만 하지. 소일삼아 폐품을 주워 내다 판다”고 했다. ㎏당 40원하는 신문지 등을 며칠 동안 모아서 가져다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몇 천원이 전부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방안으로 흘러드는 빗물과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68년 이곳으로 이주했다는 한 할머니의 방과 부엌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로 진동했다. 할머니는 “곰팡이 냄새로 머리가 아프지만, 지붕까지 뜯어내야 하는 대공사라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조용하던 달동네는 저녁 무렵이 돼서야 활기가 돈다. 아이들이 마을회관과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골목 어귀에서 여자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삼삼오오 모인 사내아이들은 구멍가게 앞 평상에서 딱지놀이에 여념이 없다. 해가 진 후에도 그치지 않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달동네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중계본동 산 104번지에는 여느 해바라기보다 고개를 더 길게 빼고 있는 해바라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달’동네의 ‘해’바라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심은 꿈이 아닐까.
〈사진·글/강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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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편집: 2005년 08월 19일 17: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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