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2015 내가 만난 사람들

나이스가이V 2015. 12. 28. 07:30

201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제 카메라는 수많은 사람을 담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와의 인연이었던 이들이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힐 테지요. 지난 2014년에 이어 몇몇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 남겨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훗날 저의 2015년 기자 생활을 떠올리는 의미있는 자료가 되겠지요. 월별로 모아 놓았던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사진을 두서없이 골라냈고 거기서 몇 장 추렸습니다. 사건 속 인물도 있고 제 추억에 기댄 인물도 있습니다. 순전히 제 카메라에 담겼던 ‘2015 내 멋대로, 내가 만난 인물 정리'입니다.

   

 

*삭발하는 엄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저도 눈물을 떨궜었지요. 세월호 이후의 사회는 달라질 것이라던 다짐의 말들은 공허해졌고 아픔과 고통은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엄마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습니다.

 

 

 

*청각장애 가진 은비

 

청각장애인 학교인 서울삼성학교를 취재(포토다큐)한 건 SNS를 달군 스웨덴의 한 수화통역자 때문이었지요. 그는 가수의 노래를 통역하며 리듬, 동작, 표정을 풍부하게 살려 열정적으로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수화와 구화를 섞어 진행되는 삼성학교의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유은비양은 구화가 능숙해 제게 말을 곧잘 걸어왔고 수화로 제 이름과 간단한 표현 몇 가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래 수화 익혀두세요. 순서대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사랑합니다

 

 

*성완종, 이완구, 홍준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리스트가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국무총리는 결국 사퇴를 했구요. ‘모래시계 검사홍준표 경남지사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의 측근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과 검찰의 유기적 관계, 기업인과 정치인, 돈과 정치, 정치와 배신 등을 생각했습니다.

 

 

*DJ 배철수

 

그룹 송골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이젠 라디오 DJ로 더 유명한 '배철수 아저씨'는 송골매의 리더였지요. 차 안에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을 때면 언젠가 그를 촬영하게 된다면 기념사진을 찍으리라막연히 생각했었지요. 입사한 지 16년째 되는 올해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청재킷과 스니커즈가 잘 어울렸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여유,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아이들

 

아프리카 출장이라는 드물고 귀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포토다큐를 현지에서 기획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 중에 아이들의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살람하고 현지 인사를 하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재미난 것을 목격한 양 배를 잡고 웃었지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커다란 눈의 아이들을 그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다만 배고픔에 그 눈빛을 잃지 않길 소망합니다.  

 

 

 

*찍힌 유승민

 

대통령이 찍어낸 사람,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입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같은 날 선 대통령의 말씀에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쫓겨났지요. 권력의 작동방식을 무섭게 놀랍게 안타깝게 지켜봤었습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와 아들 허훈

 

농구 대통령, 농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던 허재 전 KCC 감독이 이제 농구선수 허훈(연세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농구 잘하는 아들 덕에 카메라 앞에 같이 선 것이지요. 농구 판에서 늘 주인공이었던 아빠가 이날은 조연이었습니다. 다소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말을 건넨 허재 전 감독은 나긋나긋 수줍은 듯 제게 최선의 예의를 갖췄습니다. 막내 아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그저 아빠였습니다.

 

 

*남은 물건으로 만난 10명의 아이들

 

10월 말쯤 문득,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을 치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까지 각 한 명씩 10명의 아이들의 남겨진 물건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의 추억과 꿈이 담긴 물건은 여전히 책상 위에, 책꽂이에, 진열장에 남아있었습니다.

 

 

*‘다섯손가락이두헌

 

계산해보니 저의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될 무렵 즈음인데 당시 그룹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참 많이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새벽기차이층에서 본 거리같은 노래의 가사를 거의 기억합니다.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듣고 또 들었었지요. 오토리버스 기능이 있던 카세트라 듣다 잠들면 밤새 노래가 반복되곤 했지요.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돋게 하는 이두헌의 다섯손가락이 데뷔 30주년이 되었답니다. 제게도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네요.

 

 

2015년이 갑니다.

올 한 해 어떠셨는지요.

이래저래 고생들 많으셨죠?

새해엔 삶의 곳곳에서 기쁨과 희망이 수시로 돋길 소망합니다.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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