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슬퍼했고 함께 분노했던 세월호가 잊히고 있습니다.
사진가들이 나섰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를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가들입니다. 자신의 사진 한 장을 들고 ‘4시간 16분’ 동안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광화문 광장까지 걸었습니다. ‘4시간 16분 동안의 전시’라는 소위 ‘걷는 사진전’이었지요.
기록되어 기억되는 것이 사진의 본질입니다만, 기억에서 잊히는 세월호 앞에서 새삼 ‘우리는 무엇을 찍는가’, ‘왜 사진을 찍는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고민이 사진가들을 거리에 세웠던 것이지요. 사진기자인 저 역시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은 현수막 천에 출력한 사진을 각목에 고정해 어깨에 얹고 걸었습니다. 전시 소개글에 ‘사진가들이 각자의 십자가인 사진을 들고 걷는 것’이라는 표현이 참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겸해 걷는 전시의 일부를 함께 했습니다.
짧은 구간을 걸으며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세월호 참사 뒤 진도와 안산에서 다투어 취재하던 사진기자 동료들을 요즘 세월호 관련 취재 현장에서 잘 볼 수 없습니다. 사고 뒤 공분했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다수의 언론의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세월호만 쓸 수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사건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비리와 부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월호로 드러난 문제들은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풀어야 할 것들이 아닌가요. 무엇보다 '내가 찍은 세월호 관련 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를 고통스럽게 물어야 했습니다.
카메라로 대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에 직접 ‘행동(?)’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입니다. 50여 명의 사진가들은 더위 속에 4시간 16분을 걸으며 특별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그저 사진만 들었을 뿐인데 어떤 외침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더군요.
‘가장 짧지만 가장 오래 기억될 사진전'임이 분명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4시간 16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시간은 어쩌면 294명을 살리고 10명을 찾아내기에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 사진전 소개 글 중에서-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