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겨울철에 큰 산불이 나면 봄기운이 찾아들 무렵 다시 산불현장으로 갑니다. 식목일을 앞두고 있다면 더 좋은 취재타이밍입니다. 상처가 여전한 현장을 돌면서 불 탄 자리에 자라난 풀이나 꽃을 찍곤합니다. 보통 '생명' '회복' '기대' 따위의 단어를 동원해 희망의 메시지를 욱여넣은 사진설명을 쓰지요. 산불 한 달만에 다시 찾아간 울진에서도 역시 검게 탄 야산에 핀 꽃을 찍었습니다. 다 타서 죽고 쓰러지고 베어질 숲에서 작은 꽃하나 찍었다고 희망을 말할 순 없었지요. 전형적인 사진과 설명을 극복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금주의 B컷] 지난 4월3일 경북 울진군을 찾았다. 213시간이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북면 일대의 처참한 풍경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