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5월11일)이라고, 양부모 학대에 숨진 정인이가 묻힌 경기 양평의 한 공원묘원으로 향했습니다. 묘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야 달력에도 없는 '입양의 날'과 '평일 낮'이라는 애매한 시간에 정인이의 묘소를 떠올리는 발상이 지극히 '사진기자적'이라는 생각했지요. 묘원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군데군데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만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정인이의 자리를 찾아 보도를 통해 익숙한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다가, 묘역을 느릿느릿 한 바퀴 돌았다가, 축대 벽에 붙은 나태주 시인의 추모시를 읽다가, 방문객들이 놓고 간 선물을 훑어보다가, 몇 장의 사진을 찍다가, 반가운 인기척을 들었습니다. 60대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쓰레기봉투를 든 채 익숙하게 묘소 주변 오래된 음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