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 3

밀양 할매

청년은 ‘할매’의 손을 꼭 붙잡았습니다. 할매는 의젓한 손자를 보듯 흐뭇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주름이 깊습니다. “할머니 또 올게요. 힘 내세요” 청년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참말로 고마워요” 할매가 답합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청년의 웃음이 소리 없는 울음으로 옮아갔습니다. 청년의 눈에 눈물이 맺히자 할매의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습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2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청년과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 마을입구를 지키는 할매. 두 사람 사이의 작별인사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희망버스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장면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떠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마을 어르신들의 인사는 무슨 의식처럼 길게 이어졌습니다. 마을 어르신..

사진이야기 2014.01.29

넉가래질과 사진질

눈 스케치에 나섰습니다. 눈은 이미 그쳤습니다. 어디 다른 거 없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만, 기본부터 챙기며 차차 떠올려 보기로 합니다. 서울 시내 경사가 많은 동네를 찾습니다. 쌓인 눈이 미끄러워 양팔을 벌린 채 뒤뚱거리는 출근길 시민을 사진에 담는 것이 1차 목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극적(?)인 그림이 되겠지’라는 ‘못된 생각’을 하면서 또 그런 생각을 애써 떨쳐내면서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닙니다. 사실 이날 받은 일에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런 날이 있습니다. 큰 의욕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런 날은 이상하게 그림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일단 이동. 서울 창신동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경복궁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복궁은 제설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문화재보호재단에 속한 직원들이 전통..

사진이야기 2014.01.22

네 번째 가는 취재

‘1년이 금세 지났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취재가 있습니다. 수능시험이 그렇구요. 또 하나가 특전사 ‘설한지 극복 훈련’ 취재입니다. 수능처럼 이 훈련도 매년 비슷한 시기에 진행돼 세월의 흐름을 아프게 확인시켜 줍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가 특전사 취재를 명~받았습니다. 2년 연속이자 네 번째 취재입니다. 강원도 평창을 향해 해가 뜨지도 않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어떻게 다르게 찍을까?’하고 작년에도 했음직한 고민을 했습니다. 군부대 특성상 이런류의 취재는 수십 개의 매체들이 한꺼번에 몰립니다. 제게 좋아 보이는 그림은 타사 기자의 눈에도 그리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거의 비슷한 그림이 각 신문의 지면에 반영되곤 합니다. 타사가 일제히 쓴 사진을 저도 찍어 게재했다면 물 먹지는 않았다며 위로할 수 있..

사진이야기 201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