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 3

포토존 유감

졸업식이 열린 한 대학 광장에 포토존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포토존 앞뒤로는 학교 건물과 설경 등이 담긴 큰 사진이 프린트 돼 있었지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이 별 거부감 없이 포토존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다른 졸업생이 같은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나름 고민해 마련한 설치물이었겠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건물을 굳이 대형 사진으로 만들어 놓고 기념사진을 유도하는 것이 좀 어색했습니다.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동안 거닐던 교정 곳곳에 새겨진 저마다의 추억이 있을 테지요. 포토존에 붙은 대형 사진에서 그런 추억이 묻어날 것 같진 않았습니다. 친절한 포토존은 오히려 추억을 앗아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요즘 웬..

사진이야기 2014.02.27

내 맘대로 안 되는 여행사진

여행 지면을 위한 출장을 오랜만에 떠났습니다. 부담을 안고 갑니다. 지면에 크게 들어가는 사진은 여전히 부담입니다.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매거진X’의 간판이기도 했던 여행면에 대한 기억도 한 몫 합니다. 당시 전면으로 썼던 사진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었지요. ‘나는 언제 선배들처럼 저런 사진을 찍어보나’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지는 곰탕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입니다. 볼거리가 아닌 먹거리로 지역을 설명하는 게 수월한 그런 세상이지요.^^ 옹관이 매장된 거대한 고분군과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입니다. 고분을 잘 찍어보려 마음먹었습니다. 출장 가는 제게 "낮에 찍는 고분은 그림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밤 사진을 찍어보라"는 정모 선배. "매거진X에서 사진에 눈..

사진이야기 2014.02.14

안현수 VS 빅토르 안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있는 지인이 강사의 말을 제게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책을 쓰지 않은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글을 쓰는 혹은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법한 분류법입니다. 그럼,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는 저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책 쓴 작가가 자신의 책에 애착을 갖듯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으로 남은 대상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도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7년 전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를 살짝 인용하자면, “···스케이트 훈련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체력훈련이 시작됐다. 호시탐탐 셔터타이밍을..

사진이야기 201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