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 4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장이 섰다’고 하더군요. 장날도 보통 장날이 아니었습니다. ‘비선실세’의 검찰 출석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습니다. 스포츠지, 연예지, 외신기자들까지 모였으니 짐작할 만하지요. 제 입사 이후 검찰에 모인 기자 규모는 이날이 최대였습니다. 기자 규모는 정확히 뉴스의 크기에 비례하지요. 전날 ‘최순실씨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라고 휴대폰에 속보가 뜨자마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종소리에 침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같은(ㅋㅋ) 반응이지요.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기록하는 자에겐 존재이유이지만 한편 살짝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끓는 분노가 그 떨림에 한 몫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방으로 여러 줄 겹쳐 선 기자들이 겨..

사진이야기 2016.10.31

1분을 위한 8시간

오랜만에 뻗치기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뻗치기는 일종의 ‘기다림’인데 설렘은 전혀 없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지요.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늑장 부리던 검찰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재단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데스크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최씨의 신사동 자택이었지요. 이미 와 있던 타사의 사진기자들이 반겨줍니다. 동료기자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날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에서도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건 ‘덜 외로우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긴 시간 버티며 의지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지요. 종일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뻗치다 보면 애틋함이 솟아납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 어떻게 지냈나, 그간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나 등 시시콜..

사진이야기 2016.10.28

나는 사기꾼이었다

저는 사기꾼이었습니다. 좀 억울했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영락없는 사기꾼이었지요. 두 주일 전에 사진다큐를 위해 찾은 한 농촌에서의 일입니다. 며칠 계속된 비에 땅이 질어 가을걷이에 나선 농민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작정 헤매다 콤바인 작업에 나선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번 다큐의 핵심 주제인 쌀값에 대한 얘기도 듣고 사진도 찍을 요량으로 다가갔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틈틈이 던지는 물음에 답도 잘 해주셨지요. 내내 농사일을 지켜보며 가끔 사진 찍고 가끔 질문을 했습니다. 모르는 쌀농사는 지켜보는 거 이상 답이 없었지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대화하다가 자연스레 집으로 초대받는 모양새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더 깊이 다가가 노부부의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마감에..

사진이야기 2016.10.21

흘낏 본 일본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여행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제겐 그 마음이 잘 안 먹어지는 나라였지요. 7년 전 쯤 회사 출장이후 지난달에 요코하마와 고베로 출장 다녀왔습니다. 정치·역사적으로 여전히 오만불손한 나라이지만, 현지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부러움이 일더군요. 우리와 다른 것이 보일 때 그게 새로워서 부러운 것으로 느껴지는 착시일 수 도 있겠지요. 정보가 넘치는 일본이지만 출장 일정 틈틈이 제 눈으로 ‘일본스러운’ 것들을 보려 했습니다. 아마도 블로그를 염두에 뒀던 것 같습니다. ^^ 잊고 있다가 출장 다녀온 지 한 달이 돼 이 블로그를 끼적이는 것은 나라꼴이 말이 아니어서 어디 시선을 좀 피할 데 없나 싶었다는 게 그 이유지 싶습니다. 일본의 일상에서 느낀 단상입니다. 나흘 간 스치며 본 일본이어서 영 엉뚱..

사진이야기 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