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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내려놓다'

어제(23일) 국방부 청사에 모인 사진기자들은 취재를 거부하며 일제히 카메라를 내려놓았습니다. 이날 사진기자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서명식의 일방적인 비공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방부에 항의했습니다. 장소가 협소한 이유라면 ‘풀 취재(POOL, 대표 취재해 전체가 공유하는 취재형식)’를 하더라도 언론 공개, 즉 기자 입회를 요구했지요. 국방부 측은 "일본 측의 요구다. 사진을 제공해주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협정에 대한 기자들의 해석과 표현을 원천차단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공하겠다는 의미죠. 공보 담당자들은 계속되는 기자들의 항의에 “맘대로 하라” "사진 제공도 하지마"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즉시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밀실 서명’ 일..

사진이야기 2016.11.24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 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 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

사진이야기 2016.11.22

100만 촛불의 날에

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

사진이야기 2016.11.17

창문 너머에 특종이 있다

사진 한 장의 힘을 얘기합니다만 신문사진에서 그걸 확인시켜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며칠 전 검찰 조사받던 중에 찍힌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진이 그 ‘한 장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우 전 수석의 여유 있는 모습은 선한 사람들의 입에서 ‘쌍욕’을 끌어냈습니다. 이 사진은 출두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째려보던 사진 이미지와 연결되어 한층 더 화를 돋웠습니다. 창문 안은 그들만의 1% 세상인 듯 보였고 사진을 통해 이를 바라보게 된 창밖 99%는 모멸감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낄 수도 실실 웃을 수도 없는 ‘개, 돼지’를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팔짱 낀 ‘황제’ 앞에 공손한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할지 불 보듯 빤하지 않습니까. 이 ‘황제조사’ 사진은 조..

사진이야기 2016.11.11

거리에 선 딸래미

중2 딸아이는 잠이 많습니다. 토요일이면 어지간해 12시 전에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보통 낮 한두 시가 되어야 부스럭거리며 일어납니다. 지난 토요일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눈 뜬 아이가 친구와 약속에 늦었다며 서두릅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에 가기 전에 친구랑 피켓을 만들기로 했다더군요. 딸래미가 주말 ‘오전에’ ‘스스로’ 일어나는 것은 저희 집에서는 사건입니다. 집회에 다녀온 아이의 손에는 현장에서 만들었다는 피켓이 들려있었습니다. 가상 ‘한국사’ 국정교과서 표지에 낙서한 피켓이었지요. ‘한국사’ 글자 위에 덮어 쓴 문구가 재밌습니다. 초등학생 때 국어책에도 ‘국어’를 ‘꿇어’로 바꿔 써 놓았던 것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웹툰을 많이 봐서 다소 만화적인 표현을 ..

사진이야기 2016.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