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 4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지 않습니까. 이른 꽃소식이 지면에 몇 차례 소개됐지만 개의치 않고 남도로 향했습니다. 만개한 꽃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왠지 이 시국에 정의로운 국민의 바람이 개화를 앞둔 꽃눈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억지 최면을 걸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지난 22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완도수목원을 찾아갔습니다. 빗속엔 제법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었지요. 카메라에 접사렌즈를 끼웠습니다. 사실 여의도 벚꽃,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등 규모 있는 꽃 축제 사진은 수차례 찍어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접사렌즈를 장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접사렌즈를 이용해 꽃사진을 찍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었지요. 그런류의 사진은 따로 취미를 둔..

사진이야기 2017.02.28

"이집트 놈"

이집트 국적의 난민 이마드가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지난 17일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했습니다. 미국을 향해 피켓을 들었지만 그가 말하려고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한민국 난민정책이었지요. 이마드는 콥트교(기독교 분파) 신자로 이집트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다 2007년 태국으로 도피했고, 2012년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지요. 그는 한국에서 3차례 난민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현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출국이 5월 초까지 유예된 상태입니다. 이마드가 미 대사관 근처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복 경찰이 다가와 길 건너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위를 하라고 했습니다. 이마드는 거듭 그 이유를 물었지만 결국 대사관 앞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마드는 ..

사진이야기 2017.02.21

파리 스케치

답답한 날들입니다. 지난 몇 개월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던 날이 있었는지 가물거립니다. 이 비정상의 상태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데 그 고민도 강박처럼 죄어옵니다. 어수선한 시국과 허무하게 먹고 있는 나이가 보태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로 좀 떠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해법을 던져보지만 매인 몸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외장하드를 뒤졌습니다. 1년 전 요맘때 큰 맘 먹고 다녀온 파리 사진을 넣어둔 폴더를 찾았습니다. 문득 그때 찍었던 사진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여행 갔다와서 ‘사진 몇 장 골라 뽑아야겠다’ 해놓고 그렇게 한 해를 무심히 처박아 두었습니다. 인화할 사진도 고를 겸 사진들을 다시 훑었습니다. 여행 전,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으면 더 가까이, 더 ..

사진이야기 2017.02.13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바이!’展에 걸린 작품 ‘더러운 잠’이 논란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 위에 합성했지요. “풍자와 표현의 자유”와 “여성 혐오와 비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된 작품을 떼어내 내동댕이쳤고, 새누리당은 이 논란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펼쳤습니다. 결국 전시를 주관했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 ‘여성 혐오’ 보다는 ‘무능한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더 와닿았습니다. 남자라서 그렇겠지요. 논란을 보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곧, 바이’전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시국비판·풍자 전..

사진이야기 201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