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날들입니다. 지난 몇 개월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했던 날이 있었는지 가물거립니다. 이 비정상의 상태를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는데 그 고민도 강박처럼 죄어옵니다. 어수선한 시국과 허무하게 먹고 있는 나이가 보태져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로 좀 떠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해법을 던져보지만 매인 몸이라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외장하드를 뒤졌습니다. 1년 전 요맘때 큰 맘 먹고 다녀온 파리 사진을 넣어둔 폴더를 찾았습니다. 문득 그때 찍었던 사진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여행 갔다와서 ‘사진 몇 장 골라 뽑아야겠다’ 해놓고 그렇게 한 해를 무심히 처박아 두었습니다. 인화할 사진도 고를 겸 사진들을 다시 훑었습니다.
여행 전,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내려놓으면 더 가까이,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민하다 기념사진용 똑딱이 카메라 하나 챙겨 갔었지요. 근데 파리의 거리와 골목에서는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더군요. 마감이 없는 사진, 안 찍어도 그만인 사진이 주는 자유가 마주치는 장면들에서 설렘을 끌어냈습니다.
1000컷쯤 되는 사진을 보니 그때 무엇을 찍으려 했는지 보이네요. 지난해 블로그에 올렸던 어디에서도 보이는 ‘에펠탑 찾기’, 낭만에 젖어들게 하는 ‘비오는 파리’, 100년 전 쯤의 파리를 담은 ‘오래된 사진’ 등이었습니다. 사진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파리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행위 자체가 더 멋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들춰본 사진에서 작은 위로를 받습니다. 아니 받으려했습니다. 가슴이 조금 트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인정해야겠습니다. 블로그에 올려놓고 가끔 보려합니다. 답답함이 저와 다를 리 없으실 방문자들에게도 볼거리이자 작은 위안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파리 스케치’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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