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적의 난민 이마드가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지난 17일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난민정책에 항의했습니다. 미국을 향해 피켓을 들었지만 그가 말하려고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한민국 난민정책이었지요.
이마드는 콥트교(기독교 분파) 신자로 이집트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다 2007년 태국으로 도피했고, 2012년 다시 한국으로 입국했지요. 그는 한국에서 3차례 난민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현재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출국이 5월 초까지 유예된 상태입니다.
이마드가 미 대사관 근처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사복 경찰이 다가와 길 건너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위를 하라고 했습니다. 이마드는 거듭 그 이유를 물었지만 결국 대사관 앞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마드는 대사관 옆길 건너 KT 건물 앞 인도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 온 피켓을 꺼냈습니다. 절박함에 용기를 내 그 자리에 섰습니다.
서 있는 동안 상처와 서러움이 밀려들었는지 얼굴에 금세 눈물 자국이 그어졌습니다. 바로 그 순간 담당 경찰이 저만치 떨어져 무전기를 잡았습니다. 무전기 저편에서 이마드의 국적을 물어왔던 모양입니다.
경찰의 짧은 외마디, “이집트 놈.”
그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 들은 듯 했습니다. 우리말에 서툰 이마드지만 한국생활 4년이면 ‘놈’이라는 말은 알아듣지 않을까요. 다행이도 듣지 못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이집트 놈’이라는 말을 곱씹었습니다. 악의가 있다기보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게 던져진 표현이었지요. 그 짧은 단어에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가 녹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제 모습이 들킨 듯 민망함이 일었습니다. 겉으로는 인권을 침 튀기며 얘기하면서도 안으로 무시와 무관심, 차별과 편견을 새긴 채 살고 있지 않나 묻게 됩니다. 이런 태도가 난민정책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마드는 먼저 자리를 떠나는 제게 악수를 청하며 이름을 물었습니다. 서툴게 제 이름을 발음하며 "땡큐"를 수 차례 반복했습니다. 악수하는 동안 한 손은 자신의 가슴에 얹고 말보다 더 진실한 눈빛과 표정을 지은 채 말이지요.
박해를 증명하는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난민 신청이 거절된 그는, 지금 아주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고 있습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이었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 찍어요?" (2) | 2017.03.06 |
---|---|
긴 겨울 지나 이제 봄 (0) | 2017.02.28 |
파리 스케치 (0) | 2017.02.13 |
남성적 시선 '비포 & 애프터' (5) | 2017.02.03 |
'재벌 할 걸' (0) | 2017.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