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 3

터진 봄, 터진 감성

사진기자는 계절을 앞서 감지해야 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시원한 물놀이를, 가을이 아직 저만치 있는데 물든 단풍을, 겨울이 미처 닿기도 전에 움츠린 출근길 시민들을 사진에 담습니다. 이것도 업자들 사이에 경쟁이 되다보니 어색하고 설익은 사진으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뭐, 저라고 자유롭겠습니까. 추위가 예년만 못했다고는 하나, 겨울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가온 봄을 사진다큐에 담고 싶었습니다. 설 이후 남도의 한 수목원에 연락했습니다. 몇몇 꽃나무에는 꽃망울이 올라왔다고 알려줬습니다. 꽃눈을 ‘잘’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출장을 언제가나' 타이밍을 잡고 있는 동안에도 제주와 일부 지역에서 서둘러 핀 꽃사진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지요. 조바심이 약간 생겼지만 꿋꿋하게 꽃눈에 집착했습니다. 흔히 관..

사진다큐 2019.02.25

안현수와 사골블로그

제 블로그에 의외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안현수입니다. 지금은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으로도 불리지요. 최근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글 하나 올리는 나태한 무파워 블로그 15년째. 지금 이 글이 그에 대한 세 번째 글이 되는군요. +2019.2. 하남 자택에서 인터뷰 중인 안현수. 러시아 대표팀의 도핑 문제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이후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였습니다. 도핑 의혹, 은퇴설, 중국 국가대표 코치설, 한체대 플레잉코치설 등 온갖 ‘썰’들에 대해 맘고생하며 눌렀던 말이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언뜻언뜻 예전 그의 훈련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와의 첫 대면은 12년 전이었습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사진이야기 2019.02.15

'한 번 해볼까요'

올 겨울에 눈이 왔던가, 쌓인 눈은 본 적이 있던가, 싶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출근했더니 강원 영동북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답니다. ‘누굴 보내야 하나?’하는 부장의 눈빛을 읽었고, “제가 함 가볼까요?”라고 자원했습니다. 대개 ‘함 가볼까요?’라는 말에는 이런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일단 가서 보고, 아니면 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었습니다. ‘대설’이면 사건·사고의 범주에 드는 사진을 찍어야지요. 내린 눈의 성격에 맞는 사진을 담아야 하는 겁니다. 인제군에 들어서니 날씨는 포근했고 하늘은 파랬습니다. 도로에 ‘대설’이 아니라 ‘소설’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한 번 가볼까요?”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부령이냐 한계령이냐를 저울질하다 한계령을 택했..

사진이야기 201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