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터진 봄, 터진 감성

나이스가이V 2019. 2. 25. 15:56

사진기자는 계절을 앞서 감지해야 합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시원한 물놀이를, 가을이 아직 저만치 있는데 물든 단풍을, 겨울이 미처 닿기도 전에 움츠린 출근길 시민들을 사진에 담습니다. 이것도 업자들 사이에 경쟁이 되다보니 어색하고 설익은 사진으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 저라고 자유롭겠습니까. 추위가 예년만 못했다고는 하나, 겨울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가온 봄을 사진다큐에 담고 싶었습니다. 설 이후 남도의 한 수목원에 연락했습니다. 몇몇 꽃나무에는 꽃망울이 올라왔다고 알려줬습니다. 꽃눈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출장을 언제가나' 타이밍을 잡고 있는 동안에도 제주와 일부 지역에서 서둘러 핀 꽃사진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지요. 조바심이 약간 생겼지만 꿋꿋하게 꽃눈에 집착했습니다. 흔히 관심과 시선을 붙드는 흐드러진 꽃보다, 작은 꽃망울이 은근하게 드러내는 은유와 상징에 더 끌렸습니다.

 

   +매화, 완도수목원

 

   +모란, 완도수목원

 

에너지와 역동성, 희망, 시작, 설렘, 기대 같은 단어들을 머릿속에 굴렸습니다. ‘이미 핀 꽃도 많던데 굳이 꽃눈이냐?’와 같이 작정한 듯 재 뿌리며 맘 상하게 만드는 질문에 꽃눈이 품은 의미를 염두에 두었다고 셔터질의 정당성을 주장하려 했습니다. 물론 의도와 다르게 사진이 읽히기도 합니다마는.

 

   +2019년2월23일자 지면

 

사진만큼 버거운 글은 건조하지 않게 쓰고자 했습니다. 무딘 감성을 다그쳐 글에 썰어 넣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읽던 책에서 감각의 문이 열린다라는 문장이 훅 치고 들어왔습니다. 좀 딸리더라도 사진의 기본인 시각이라는 기본 감각 외에 다른 감각들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했지요.

 

다큐기사가 게재되고 하루가 지난 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꽃의 생애의 어디쯤에 이르렀을까, 하는 서글픈 질문을 던집니다. 확실한 건 여리고 순수한 꽃눈에선 대단히 멀어졌다는 사실이지요. 멀어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처럼 꽃눈에 그리 꽂혔는지도 모릅니다.

 

감성을 나름 솔직하게 갈아 넣었다고 생각한 글도 하루 지나서 보니, 다소 과잉인 것 같습니다. 밤새 쓰고 다음날 아침 민망해지는 연애편지처럼 말이지요.

 

[포토다큐] 투둑…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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