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세상 2009 “삶의 완성이 죽음, 슬퍼하지 않아요”
강릉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ㆍ한국 최초 강릉 갈바리의원 호스피스의 하루
‘삶의 품위’도 유지하기 버거운데 ‘품위 있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인가.
최근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 이후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죽음’이라는 불편한 진리를 금기에서 일상으로 끌어내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고통 대신 존엄한 생의 마감을 위해 말기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선택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갈바리 의원 호스피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1965년 우리나라에 설립한 최초의 호스피스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아담한 3층 건물. 잘 정돈된 정원과 큰 나무들이 이 호스피스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임종방을 포함해 9개의 병실, 16개의 병상이 있다. 11명의 말기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수녀들이 밤낮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병실에서 요란한 의료기기는 찾아볼 수 없다. 넓은 창문은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고 있었다. 환자와 가족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호스피스를 찾은 서모 할머니(81)는 “슬프게 생각해서는 안돼요. 앞에 간 사람도 있고, 뒤에 올 사람도 있고… 즐겁습니다”라며 미소를 짓는다. “자식들이 화목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이곳에 온 함종식씨(43)는 “울기도 많이 했다”면서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모 할아버지(69)는 병원에서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다 쓰러진 뒤, 이곳으로 왔다. 서 있지도 못했다던 박 할아버지는 갈바리 호스피스에서 통증조절(완화의료)을 받으면서 요즘은 복도 걷기와 물리치료에 열심이다. 퇴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아이처럼 신이 났다.
최 프란체스카 원목 수녀는 “호스피스 생활은 환자와 가족이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도록 정리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면서 “이별 앞에 가족이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호스피스의 역할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병실을 돌며 환자를 챙기는 프란체스카 수녀는 환자의 손을 꼭 잡고,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예민해진 환자가 외면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반복해 대화를 시도하고 감싸안는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환자들에게 분노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 부질없음을 주지시키고 ‘비관’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 단계가 죽음이듯,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은 다른 것이 아니기에 함께 들여다보고 다뤄져야 한다. 갈바리 호스피스 원장 최 에디냐 수녀는 “살아있을 때 삶의 완성인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 바로 이 시간을 감사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삶의 자세여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 : 국민은행 302-01-0655-074(예금주:갈바리의원), (033)644-4992
<강릉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ㆍ한국 최초 강릉 갈바리의원 호스피스의 하루
“편안한 마음 가지세요”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한 말기 암 환자들이 찾는 강원 강릉시 홍제동 갈바리 호스피스에서 최 프란체스카 수녀가 종일 병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박모 할머니를 쓰다듬으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위로하고 있다.
꽃나무 심기 ‘원예치료’ 환자와 가족, 수녀, 자원봉사자들이 어울려 원예치료의 일환으로 꽃나무를 심고 있다. 환자들은 흙의 느낌을 나누고 화분에 이름을 붙이며 즐거워했다.
‘삶의 품위’도 유지하기 버거운데 ‘품위 있는 죽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인가.
최근 대법원의 존엄사 판결 이후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 ‘죽음’이라는 불편한 진리를 금기에서 일상으로 끌어내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고통 대신 존엄한 생의 마감을 위해 말기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선택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 홍제동에 위치한 갈바리 의원 호스피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1965년 우리나라에 설립한 최초의 호스피스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아담한 3층 건물. 잘 정돈된 정원과 큰 나무들이 이 호스피스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임종방을 포함해 9개의 병실, 16개의 병상이 있다. 11명의 말기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수녀들이 밤낮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언제나 환한 아저씨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갈바리 호스피스에 들어온 함종식씨(43·오른쪽)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최 프란체스카 수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는 함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 30주년 행사에서 자신의 수술비로 300여만원을 모아준 강릉 정동초등학교 35회 동창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박모 할아버지(69)가 이른 아침 호스피스 병동 복도를 걸으며 운동을 하고 있다.
병실에서 요란한 의료기기는 찾아볼 수 없다. 넓은 창문은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고 있었다. 환자와 가족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호스피스를 찾은 서모 할머니(81)는 “슬프게 생각해서는 안돼요. 앞에 간 사람도 있고, 뒤에 올 사람도 있고… 즐겁습니다”라며 미소를 짓는다. “자식들이 화목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이곳에 온 함종식씨(43)는 “울기도 많이 했다”면서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모 할아버지(69)는 병원에서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다 쓰러진 뒤, 이곳으로 왔다. 서 있지도 못했다던 박 할아버지는 갈바리 호스피스에서 통증조절(완화의료)을 받으면서 요즘은 복도 걷기와 물리치료에 열심이다. 퇴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아이처럼 신이 났다.
아름다운 이별 준비 한모 할아버지가 암에 뇌졸중까지 겹쳐 말없이 누워만 지내는 늙은 아내의 곁을 지키고 있다. 한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최 프란체스카 원목 수녀는 “호스피스 생활은 환자와 가족이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도록 정리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면서 “이별 앞에 가족이 화해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호스피스의 역할이자 보람”이라고 했다. 아침부터 병실을 돌며 환자를 챙기는 프란체스카 수녀는 환자의 손을 꼭 잡고,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예민해진 환자가 외면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반복해 대화를 시도하고 감싸안는다. “남은 삶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환자들에게 분노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 부질없음을 주지시키고 ‘비관’을 ‘긍정’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호스피스 강릉시 홍제동에 자리한 아담한 3층 건물의 갈바리 의원 호스피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1965년 의원 개원과 가정방문 호스피스로 시작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호스피스다.
삶의 마지막 단계가 죽음이듯,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은 다른 것이 아니기에 함께 들여다보고 다뤄져야 한다. 갈바리 호스피스 원장 최 에디냐 수녀는 “살아있을 때 삶의 완성인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 바로 이 시간을 감사하며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삶의 자세여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 : 국민은행 302-01-0655-074(예금주:갈바리의원), (033)644-4992
<강릉 |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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