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년 전의 일이구나’하고 새삼 놀랍니다. ‘벌써’라는 말에 빨리 흘러버린 세월의 의미도 있지만, 그 세월동안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망각’의 의미도 들었습니다. 2002년 6월13일 경기도 양주 56번 국도에서 미군 궤도장갑차량에 압사당한 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추모제를 다녀왔습니다. 좁은 국도변에서 30여 명의 추모객들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사고가 난 바로 그 지점에 사고현장 표지판을 설치했지요.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난 추모행사는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12년 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이 분개했습니다만, 광장과 거리에 가득했던 거대한 월드컵 응원의 열기가 시민들의 분개를 가려버렸습니다. 효순·미선이의 죽음과 관련한 시위와 집회가 연일 열렸지만, 그보다 월드컵 취재의 기억이 훨씬 더 또렷하고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추모제 사진을 찍으면서 좀 미안했습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4년마다 두 여중생의 이름과 죽음을 겨우 기억해내니 말입니다.
12년이 지나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세월호 사고로 꽃다운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잊지 않으리라 했지만 잊히고 있습니다. 다시 12년이 흐른 뒤에 우리는 얼마나 이 죽음을 기억할 수 있을지요.
살다보면 망각이란 게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신의 저주인 것도 같습니다. 언론의 역할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에게 잊혀져 가는 것 중에 기억해야 할 것을 되새겨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효순이와 미선이를 추모하며.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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