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위를 달립니다.
끝이 어디쯤일까 싶은 녹색의 초원을 양쪽 날개인 듯 거느리고 길은 이어집니다. 길게 뻗은 2차선 아스팔트를 질주하고, 때론 몸이 튀어 오르는 비포장 길을 달렸습니다.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길에 끌렸습니다. 아니, 그 길을 딛고 선 사람들에 끌렸습니다.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는 막연한 걸음이 낯설고, 한편 그 고된 걸음이 짠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와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삶들을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스쳐 지났지만 내가 바라본 순간의 인연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동시에 내 안의 탐욕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삶, 낭만, 자유, 만남, 인연, 함께 같은 단어를 품고 있는 ‘길 위에서’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가는대로, 눈 가는대로 셔터를 눌러 케냐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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