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바이!’展에 걸린 작품 ‘더러운 잠’이 논란입니다. 작가는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대통령의 얼굴을 누드화 위에 합성했지요. “풍자와 표현의 자유”와 “여성 혐오와 비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된 작품을 떼어내 내동댕이쳤고, 새누리당은 이 논란을 빌미로 정치공세를 펼쳤습니다. 결국 전시를 주관했던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았지요. 개인적으로 ‘여성 혐오’ 보다는 ‘무능한 권력자에 대한 풍자’가 더 와닿았습니다. 남자라서 그렇겠지요.
논란을 보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곧, 바이’전은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시국비판·풍자 전시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현직 장관의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하고 또 구속됐지요. 요즘 구치소와 특검을 수시로 오갑니다. 몇 번을 와도 호송차에서 내리는 조 전 장관을 향한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집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특검 소환 사진을 매번 쓰기가 그랬는지 편집된 형태의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비포 & 애프터’ 사진입니다. 장관의 신분으로 특검에 첫 출석할 때의 모습과 구속 이후의 모습을 붙여 비교해 보여주는 사진이지요. 한 장의 사진으로 처리해도 무방할 텐데 여러 장의 사진으로 변화의 추이를 친절하게 보여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 YTN 캡쳐
화려한 이력의 잘나가던 여성 장관에서 지치고 초라해진 50대의 여성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에 맞게 가장 대비되는 사진을 골랐을 테지요. ‘초췌해진...’ 또는 ‘점점 더 초췌해지는...’ 등의 수식어를 붙인 비슷한 제목도 눈에 띕니다. 박탈감이 일상인 이들에게 어쩌면 통쾌함을 선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아닌 사진을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이 부각되어야 할 본질이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성 비하와 조롱’은 오히려 이 ‘친절한 사진’에서 읽습니다.
이제껏 남성 소환자의 사진을 여러 장 붙여 그 모습이 변해가는 걸 보여주는 사진은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사진도 편집도 남성적 시선을 담고 있다고 새삼 느낍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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