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찍었던 사진은 아니었지만, 굳이 찍어 두었던 이유가 열흘이 지나서야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입니다. 이날 지난해 11월부터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벌여온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시위를 위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하는 ‘블랙리스트 버스’에 올랐습니다. 주말 촛불집회의 명물, 박근혜 대통령의 흉상 조형물 등이 트럭에 실려 함께 세종시로 떠났지요.
사진은 트럭에 실리기 전에 찍힌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형물입니다. 전날 제작을 마친 조 장관의 흉상은 처음으로 공식집회에 나서는 길입니다. 이 부회장과 조 장관의 조형물은 이날 광장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의미를 입히지 못하고 취재사진 폴더에 넣어 두었던 사진을 꺼냈습니다.
이 부회장이 조 장관에게 말을 건넵니다.
“구속수감 되셨더군요.”
“그러게요. 저도 재벌 할 걸 그랬어요.”
두어 걸음 떨어져 대화를 듣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어...허...흠흠......”하고 불편해 합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1월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영장이 기각돼 귀가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가관계, 부정한 청탁 등이 소명되지 않았고 공범인 뇌물 수수자 측(최순실과 박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1월19일)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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