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산에 취재갔다 등산로에서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어르신의 배낭에는 개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서너장을 급히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개가 참 호강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이었지요.
수요일자 '포토에세이'에 쓰려고 사진을 '꼬불쳐' 놓고 몇 번이고 꺼내 보았습니다.
볼때마다 사진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재미있었던' 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묵직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최근 가난과 외로움에 힘든 노년을 보내던 노부부의 자살 사건도 사진 위에 어른거렸습니다.
사진 속 어르신 앞으로 길게 나있는 등산로도 살아갈 많은 날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찍을 당시 개를 먼저 봤다면, 다시 사진을 볼때는 어르신의 등이 먼저 보였습니다.
<외로운 등>
개화산을 내려오는 노인의 배낭에서 시추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자식 업어 키웠던 그 '위대한' 등에는 어느새 쭈글쭈글한 외로움이 내려 앉았다.
그 쓸쓸함을 한 마리의 개가 덜어주는 것일까.
긴 산행이 힘들까, 자식 업듯 개를 업고 있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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