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종종 제 뒤에 섰던 사람들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해 서서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낀 채로 도착한 환승역에서 내리는데 이리저리 밀립니다. 갈 길 급한 여성들에게도 쉽게 밀립니다.
자리 못 잡고 잘 밀리는 저는 자리싸움과 몸싸움에도 능해야하는 사진기자입니다. 요즘 정치판이 분주합니다. 이세돌 사범과 알 사범의 바둑 대결이 시선을 상당히 돌려놓고 있음에도 여의도 기자들은 그냥 정신없습니다. 일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지만 현장에선 그럴 상황이 못 됩니다. 변수가 많아 일단 해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요.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기자는 많고 장소는 좁습니다.
요즘 아침부터 자리싸움,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아시겠지만 치고 박는 날선 싸움이 아니라 은근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정신 줄을 살짝만 놓아도(앞선 글에 언급한 ‘삔 나간 채로 있으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지요. 정신을 차려도 쉬이 밀리는 제겐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여 앉아 웃으며 시끌벅적 얘기하다가도 상황이 발생하면 냉정한 몸싸움에 돌입합니다. 마치 의자놀이 같습니다. 몸싸움에 밀리고 난 뒤 정색하면 가장 못난 사진기자가 되고 마는 것이 이 바닥 무언의 룰이지요.
피하고 싶지만 거친 몸싸움에 기꺼이 뛰어들어야 합니다. 결과물이 어떠하든 말이지요. 제 일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저와 선후배들의 이런 몸짓들이 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사진기자의 ‘품위’를 가끔 생각합니다만, 몸싸움은 사진기자의 맛이자 멋이기도 합니다.
즐겨야 하는 것이지요.
‘품위 있는 몸싸움’은 형용모순 아니겠습니까. ^^
정치의 계절, 치열한 몸싸움의 날들입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