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몸싸움 할 일이 가끔 있습니다. 신문 사진기자, 방송 카메라기자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돌발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죠. 서로 밀고 밀리면서 사이를 비집어 들고, 다시 밀리고 뒷걸음치다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하여튼 보기 드문 구경거리죠. ^^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집중하다보면 파인더 밖 상황이 파악되지 않기에 위험한 상황도 많지요. 초년병 때와는 달리 꼭 필요한 몸싸움은 짜증스럽기보다는 즐길만한 여유도 생기더군요. 서로 격하게 밀고 밀리면서도 일이 끝나면 웃으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몸싸움 문화는 정착돼 있습니다. 나름 그 속에 질서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제 경우는 좀 달라습니다. 일단 몸싸움의 대상이 달랐지요.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서 자신의 차량까지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양의원은 보좌관, 지지자 등과 함께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무선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질문을 했지만 대답 없이 걸었습니다. 카메라기자들이 잽싸게 뛰어 양씨 앞쪽에 자리 잡고 뒷걸음질치며 양씨를 찍으려 했습니다. 양씨를 둘러싼 이들이 카메라 앞을 막아서면서 밀기 시작했습니다. 옷을 잡아채고 심지어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기 까지 했습니다. 거칠게 밀고 밀리는 가운데 양씨를 보호하던 누군가는 욕을 해댔습니다. 가지가지 하더군요. 이렇게까지 갈 상황이 아닌데 참 심하다 싶더군요. 물론, 이 사람들도 기자들이 심하다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평소 기자들의 취재관행에 비춰 자연스레 차를 타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들의 과잉행동이 더 흉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법정에 선 국회의원이 카메라를 가리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인물입니까? 보호해야 할 사람이면 기자들이 먼저 보호합니다. 의원직이 달랑달랑하는 상황이니 격앙들이야 됐겠지만, 해도 너무 하다 싶더군요.
상황이 종료되고 땀범벅이 된 기자들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저도 화가 많이 났지만... 날이 너무 더워 화도 자제가 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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