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물먹고, 물먹이기.'

나이스가이V 2004. 9. 19. 16:03
오늘 IAEA 2차 사찰단이 비밀리에 입국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관할부서 기자들에 전화를 했죠.
오늘 입국한다는 사실 이외 어떤 정보도 알고 있지 않더군요.
정부관계자들이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취재기자들은 나중에 관계자들의 얘기를 옮겨 기사화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어디 사진기자는 그럴 수 있나요. 현장 사진을 찍지 못하면 의미없는 존재 아닙니까.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항공편으로 입국한다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이요.
공항기자실에 도착하니 몇 개 사의 사진기자들이 있었죠.
아무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연락해봐야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
난감한 상황, 그렇다고 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엔 단순 무식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죠. 현장 풀(나눠서 맡아 사진공유하는 취재)
을 구성했습니다. 

1.프랑크푸르트 발, 루프트한자 여객편을 중심으로 본다.
  IAEA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프랑크프르트를 통해 입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확률을 높여 나간거죠.
2. 입국장 안과 밖을 나눠 맡되, 5~6명 정도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본다. 우리가 알고있는게 대여섯명 정도 입국한다는 게 전부였죠.
 
나오는 외국인들의 무리를 일단 찍고, 가서 물어보는 식입니다.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그게 정말 아닌건지, 실제로 그들이 맞다면 누가 그들이라고
확인해 줄건지도 모르는 일이죠. 정말 단순하죠?  

두시간여 지났을때 선배중 한 분이 연합뉴스와 케이비에스만 취재를 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허무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가 더 궁금했지요. 연합선배는 기자실에서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언제 어디서 입국한다는 정보를 알고 나와서
나머지 선수들이
이리저리 나눠서 우왕좌왕 할때 홀로 깔끔하게 처리한거죠. 사찰단의 입국도 비밀리에 이뤄졌지만, 연합의 취재도 소리소문없이 비밀리에 이뤄졌죠. 완전히 '물' 먹은거죠. 

정부관련부처에서 연합에만 정보를 흘린것 아니냐 뭐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자사의 관련취재부서는 뭐했느냐는 잠깐의 성토의 시간이 있었지만, 물먹은 허무함과
화가남을 조금 달래보려는 거죠.

탓하기 전에 왜 연합은 찍었는데 현장풀까지 하면서도 못 찍었냐고 하면 할 말 없죠.
오늘 출근해서 한 유일한 일인데, '물'을 먹었으니... 기분이 좋지않네요.

애꿎은 외국인들만 찍었네요.(아래) 후래쉬가 터지니 황당했겠지요.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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