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사형수의 합장

나이스가이V 2006. 5. 2. 22:51
'서울구치소'
신문과 방송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아주 친근한(?) 장소지요.
앞에까지 가본적은 두어차례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간것은 머리털나고 처음입니다.
석탄일을 앞두고 사형수를 위한 수계법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입구에서 핸드폰과 담배 등을 맡겼습니다. 짐작은 갔지만 한편 '왜?'라는 궁금함도 일었지요. 하지만 구치소라는 낯선 곳, 특별한 공간의 야릇한 위압감으로 금세 괜한 생각을 털어냈습니다. 동시에 '난 죄 지은거 없나?'하는 자문을 하게 되데요.^^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건물을 통과해 운동장 같은 곳을 지나면서 각 종 영화들에 나오는 운동장 씬들이 스치더군요. 건너 건물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걸으니, 흔히 영화에서 보는 교도관이 지키는 철제 창살로 된 문이 있더군요. 그 문을 통과해 들어가 한참을 걸어가는 동안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고, 흔히들 말하는 '학교'내지 '큰 집'이라는 말이 왜 붙여지게 됐는지 이해할거 같았지요.

지나가는 수형자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답답할까'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저를보며 '밖에서 사니까 좋겠다'라고 저를 보며 속으로 말했을 테지요.

법회가 있는 대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5명의 사형수들이 수의를 입고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가슴엔 빨간바탕에 검은 숫자의 수인번호가 새겨져 있더군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살생, 도둑질, 불륜, 거짓말, 음주를 하지 말것을 일러주는 계율에 "예, 지키겠습니다"라고 합장한 채 대답했죠. 불교에 귀의한 사형수들이 신자로서
지켜야할 계를 받는 것이죠. 불붙은 향을 팔뚝에 세번씩 놓는 참회의식도 행해졌지요.
사형수들의 얼굴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편안해 보였습니다.

엄청난 죄를 짓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지만 그 순간만큼 죄는 보이지 않고
불교에 귀의한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지요.

선하게 보이는 이들이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을 고통속에 몰아넣어야 했는지...
낯선곳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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