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동물이 ‘가두어졌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일이 없었습니다. 수년 전 동물원을 소재로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생각은 했었습니다만 그때뿐이었지요. 신문에 실린 칼럼 ‘김산하의 야생학교’에서 ‘동물 노동자의 인권’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가두어졌다는 것, 동물의 감정노동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 글이었지요. 동시에 사람 복지도 부실한데 동물 복지는 무엇이며, 사람의 감정노동에 무심한 세상에 동물의 감정까지 헤아려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주 동물의 감정노동에 대한 주말기획기사를 위해 동물원을 찾게 됐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재밌어하는 곳이 동물원이지요. 기획 목적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구경이 아니라 관찰이어야지요. ‘자유를 박탈당한 동물’ ‘생태와 습성이 존중되지 않는 환경’을 염두에 둔 채 말이지요.
“잘 봐~” 일행을 주목시킨 한 남성이 철조망 안 원숭이에게 과자를 던졌습니다. 원숭이가 철망 사이로 손을 내밀어 과자를 낚아챘습니다. 일행의 여성들이 좋아하니 신이 난 남성은 이번에는 원숭이에게 과자 던지는 시늉을 대여섯 차례 반복했습니다. 원숭이는 움찔움찔하며 매번 속았습니다. 여성들이 까르르 웃는 동안 원숭이는 “퉷~”하고 남성에게 침을 뱉었습니다. 놀란 남성이 옷에 뭐가 튀었는지 재빨리 살폈습니다. ‘과자 쪼가리 갖고 날 놀리지 마라.’ 원숭이의 경고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웃고 말았을 상황에 원숭이의 스트레스를 짐작했습니다.
암수 사자 한 쌍이 우리 안에 늘어져 누워 있었습니다. “쟤네 정말 편하게 자네.” 지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한마디씩 던집니다. “사자야 일어나~ 일어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유리벽을 두드립니다. 우리 안의 잠이 편할 리 없겠지요. 잠을 잔 게 아니라 무기력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잠 깬 사자는 사육사가 던져준 생닭을 순식간에 뜯은 뒤 ‘밥값은 해야한다’는 듯 우리 안을 잠깐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관람객 가까운 유리벽 앞에 웅크렸습니다. 유리벽을 때리며 부르는 아이들을 외면한 채 사자는 시선을 멀리 두었습니다. 맹수의 표정을 살핀 것은 난생 처음입니다. 사자의 슬픈 표정을 보았습니다.
동물원을 나서는 길에 불과 두어 시간 전 무심히 지나쳤던 동물공연장의 공연일정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연에 차출된 동물들은 평일 5회, 주말 7회의 공연을 소화합니다. 동물이 정해진 시간에 같은 행위를 자주 반복한다는 것은 인간의 상식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인간의 공연일정이었다면 벌써 머리띠를 둘렀을 일입니다.
동물의 감정까지 생각하는, 다소 유별나 보이는 이같은 감수성도 결국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주위에 동물원 동물처럼 상처와 고통을 이고 사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새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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