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외벽에 걸린 대형 걸개의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쳐 지나며 읽은 문구에서 조그만 위안을 얻으며 흐뭇했습니다. 때마침 신호에 걸려 차창을 내리고 사진을 한 컷 찍으려는데 벤치에 누운 지쳐 보이는 남자가 글과 함께 앵글에 들어왔습니다.
‘영웅’과 ‘드러누운 남자’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였습니다. 글귀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간사하게도 바로 조금 전 위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도처에 널린 무기력하고 좌절적인 삶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겠다”는 검찰의 말처럼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난세영웅’이라 했으니, 너도나도 영웅이어야 할 어지러운 세상인 건가요. 거꾸로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더 희망적이라는 말도 되는군요. 희망적이고자 했던 걸개의 메시지는 희망적이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는 군요. 궤변이죠? ㅎㅎ 누군가의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모이는 곳이지요. 큼지막한 현수막이 촛불 든 시민 한명 한명에게 힘을 주는 듯 걸려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이 더워 그런지 두서없이 주절댑니다. ^^ 이 더위 빨리 지났으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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