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입사한 그해 가을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장께서 외신 사진 한 장을 벽에 붙였습니다.
참신해 보이고 시도해 볼만한 계절 스케치 사진을 그런식으로 붙이셨지요.
바닥에서 벽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낙엽을 쓸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부장께서 좋다고 생각하신 사진을 어떤식으로든 흉내내 찍어보려 낙엽지는 가을마다 기회를 노리곤 했었지요.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꽤 긴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였습니다.
그제 인터뷰 갔다가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며 '내가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각인된 이미지에 저도 모르게 끌린 것이지요.
가을이 아닌 봄이, 빗자루 대신 롤러가, 낙엽 대신 파란 페인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회사에 돌아와 내밀어 봤지만, 시큰둥 합니다.
그 시절 부장님이 은퇴하고 안 계시니 알아 줄 이가 없는 것이지요. ^^
볕이 따습다.
나른한 그림자가 함석 지붕 위에 파란 봄을 칠하고 있다. 2013.3.27 서울 시흥동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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