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축구사진을 자주 찍지는 않습니다만
월드컵예선이나 A매치는 주로 챙기는 편이지요
2000년에 입사하고 그 해 여름 선배따라 축구사진을 처음 찍을때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찍어야 할 지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고, 게다가 렌즈는 모두 수동이라 포커스 링을 손으로 일일이 돌려가며
찍었지요. 필름이라 바로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답답한 마음으로 손목이 시큰 거릴정도로 힘이 들어가고 눈이 빠져라 파인더를 들여다 봤었지요
찍으면서도 포커스가 맞기는 하고 있나? 신문에 쓸만하게 찍혔나? 계속 찍는 제 자신을 의심하였지요
조마조마하면서 한편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필름을 현상하고 그림될만한 사진을 건졌을때 희열이 있었지요
초짜때라 "잘 했어"라는 선배의 멘트에 욱신거리는 눈알의 아픔도 금세 사라졌지요
카메라, 노트북 등 장비가 진화하면서 좀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물론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사진기자들은 손발이 더 바빠졌습니다
어제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 같이 마감에 쫓기는 야간경기는
예전 같으면 필름을 회사로 보내서 현상하고 고르고 스캔하는 과정을 거쳤겠지만
이제 경기가 진행중인 운동장에서 찍으면서 고르고 무선모뎀을 이용해 전송하는게 대세입니다
정신이 붕~ 뜬 상태에서 반쯤은 기계가 된듯 집중하지요
사진기자들이 축구경기 90분의 시간을 가장 짧게 느끼는 사람들이겠지요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이 텅 빌때쯤 마지막 사진전송이 끝되면
안그래도 없는 체력에 힘이 쭉 빠지면서 '이거 몸이 축나는구나'하며 복잡미묘한 긴 한숨을 내쉬지요
혹자는 경기 공짜로 봐서 좋겠다지만
경기내용을 가장 모르는 이들 또한 사진기자 아닐까 합니다
어제 결승골이 들어가는 순간, 김치우 중심으로 선수들이 몰리기에 문전에서 헤딩슛을 했다고 생각했지요
파인더를 통해 공의 움직임을 쫓으며 한정된 공간을 주시하다보니
넓은 시야로 경기를 볼 수 가 없는 것이지요
제 아무리 훌륭하고 환상적인 경기라해도 기자에겐 그저 '일'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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