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장 나흘째 밤입니다. 밤마다 다음날 아침 날씨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해가 떠 줄까.
새해 지면에 게재할(수도 아닐 수도 있는) ‘신년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매일 해 뜨기 전 시간쯤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아침 날씨는 연일 ‘흐림’을 예보하고 있지만, 극적으로 하늘이 열리고 여명의 기운이 카메라 안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지요.
제주에 오기 전 주간 날씨예보를 체크했고, 수요일(어제) 아침에는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정작 당일 아침엔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뭐,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장 일정을 연장했고, 코로나에 들뜰 일 없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출장지에서 홀로 보내고 있습니다.
꼽아보니 송·신년호 사진을 찍기 위한 출장을 꽤 오랜만에 왔습니다. 최근 몇 년 이런 사진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단골로 등장하는 ‘해와 별과 빛의 궤적’은 찍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지요. 한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는 조금은 특별해야 할 사진이 번번이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찍으려는 사진도 다르진 않습니다. ㅎㅎ
여하튼, 해가 말갛게 나와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장이 길어져 지루하긴 합니다만, '혼자만의 시간'을 본의 아니라 누리고 있다는 것에 위안 삼기로 했습니다. 말할 상대가 없으니 스스로에 말 거는 시간인 것이지요. 올 한해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이 두서없이 불려나왔습니다. 참 못나게 행동하고 말했던 장면들이 떠올라 민망했습니다. 새해에도 크게 변할 것 같진 않지만, 조금 나아지기만 해도 좋겠습니다. 두어 가지 새해 계획도 그려봤습니다.
해 뜨는 시간(일하는 시간) 이후의 하루는 참 깁니다. 굳이 채워 넣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어서 첫날 빼고는 느리고 게으르게 빈둥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하나 더. 뉴스를 생산하는 회사에 다니는 자로서 할 소린 아니지만, 사무실에서 종일 들여다보던 뉴스를 안 보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
잠을 청하다가 난데없이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펜션 창밖에는 바다 위로 이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엄청납니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에는 해가 고개를 내밀까요. 맑은 날이 제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yoon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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