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텅빈 자이툰 훈련장!

나이스가이V 2004. 8. 4. 03:40
 
자이툰 부대의 텅비어있는 훈련장이죠. 뒤로 보이는 초소에 조그맣게 이라크 국기가 보이는군요.

자이툰부대 1진이 조용히 출병했습니다. 환송식과 출발장소 일시 등
모두 비공개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일부정치인의 파병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장병들의 안전이 비밀 출병의 이유였다는군요.

자이툰 부대원들이 훈련을 받던 한 부대의 텅빈 모습을 찍어야 하는 임무를 띠고 경기 광주를 찾았습니다. 부대안을 들어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한 상황.
보통 사진기자들이 그러하듯, 인근의 가장 높은곳을 찾습니다. 산, 아파트, 기타건물, 이도저도 안되면 장사다리 등이죠.

부대 인근에 높은 아파트가 있더군요.
수위아저씨께 정중히 "여차저차하오니, 옥상 문을 좀 열어 주실수 없는지.." 물었더니, 군부대의 허가를 맡아오라고 하신다. 인근 경찰서에서도 파병 관련 시위대 등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상황이라 안된다신다.

옥상이 안되면 가정집을 뚫어야 했습니다.
잘보일만한 동 꼭대기 층부터 벨을 누르고, 얼굴이 잘보이도록 벨 위에 붙은 카메라에 잘 들이댔습니다. 험악한 세상이므로,  선한 얼굴의 사람임을 알아달라는 몸짓이죠.

"경향신문 사진기잔데요." 대부분 첫 대답은 "신문 안봅니다." ^^
"아니 그게아니라, 여차저차해서 잠깐 사진을 찍을 수 있겠습니까?"하니 "집안에 바쁜 일이있어서.." "아픈사람이 있어서.." 등의 안된다는 반응일색. 군부대 옆에 사는 주민들이라 잘 교육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13층 부터 9층까지 열 집에 양해를 구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 찍는 전경사진은 일단 실패. 아파트에서 찍는 걸 포기했습니다. 마감시간은 이미 다가왔고 조바심에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부대 철조망을 따라 가다가 단층짜리 폐가를 발견한뒤 조심스럽게 올라갔습니다. 자이툰부대원들이 훈련장으로 쓰던 낯익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대안을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연속셔터로 재빨리 긁었습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거든요. 5초도 안걸렸습니다.

다행히도 부대원이 떠나 떵빈 훈련장을 담았습니다. 개인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거 아닌거 같아도 심장이 뜁니다. 빨리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부대 인근을 벗어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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