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입춘이었죠.
입춘을 하루 앞두고 스케치를 나가야 했습니다.
이날 올겨울 가장 추운날씨를 기록하고 있던 터라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것에서 고민에 빠져듭니다.
봄+추위.... 이 두 이미지가 같은 앵글 속에 담겨야 한다는데 까지 생각이 확장 됩니다.
봄과 추위라...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입춘대길' 등 입춘서 써주기 행사에 착안했습니다.
입춘이라는 글과 글쓰는 이의 추운모습(입김, 장갑, 귀마개...)을 매치시키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죠. 한국민속촌에서 다행히 행사가 있더군요. 갔지요. ^^
머릿속에 그린것은 보통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경우 '그림이 안된다'는 표현을 쓰죠.
지나치게 연연하다보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사진이 되고 맙니다. 이리저리 재보아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아이템을 바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지요.
관련 스케치는 혼자 나왔기에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밀려왔습니다.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다. 할 수 없다.'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애를 태우며 여기저기 왔다갔다
돌아다녔습니다.
앗!!
한켠에 서있는 목련나무에 꽃이 될 작은 봉우리(정확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새순'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군요.)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만난것이지요.이거다 싶었습니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이 돕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지요.
보통 이런 순간은 흥분이 됩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 거의 난사를 했습니다. ^^
춥지만 꽃 피울 봄을 기다리며 햇살을 가득 받아 들이는 목련과 그 밑을 지나는
중무장한 어린이들이 '봄과 추위'라는 애초의 발상에 비교적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광이 살려낸 봉우리의 입체감이 주제를 좀 더 살려낸 느낌이 드네요. 자찬하니...뻘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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