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인파사진 찍을때마다...

나이스가이V 2006. 1. 17. 17:44
설을 앞두고 재래시장의 상징인 남대문 시장 스케치를 하는 것은
정형화된 사진 혹은 영상 아이템입니다. 십 수년 고참 선배부터 막내까지
시장 어느건물 옥상에서 보면 시장의 전경을 찍을 수 있다는 나름 노하우가
전수될 정도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타사에 남대문시장 사진이 먼저 나가면
'반성'^^하고 새벽마다 근무자들이 시장을 누비곤 했습니다. 지금 그정도는 아니지만
명절 즈음 한번은 쓰는 아이템인건  확실합니다.

흔히 시장을 향할땐 명절을 앞뒀으니, '북적이는 인파'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들이 동네 곳곳에 파고든 이후, 이곳 상인들은 "사람이 없다,
장사안된다, 이렇게 힘든적 없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되풀이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북적이는 인파'에 포커스를 맞추기도 힘들지요. 심지어
우연히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취재한 타사는'설 앞두고 북적'이는
사진이  우리는 '설 임에도 불구, 썰렁'하다는 제목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죠.
한 곳에서 두 상반된 사진을 다 찍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면 사진기자는 참 혼란스럽습니다. 현장기자가 판단해야하지만 
보통 '북적'과 '썰렁'을 같이 찍어와 데스크의 판단에 돌리는 경우가 많았지요.

어제 남대문 시장에 나갔습니다. 똑같은 고민이 또 되더군요. 인파가 많은 곳도
그렇지 못한 곳도 있었지요. 일단 인파가 많은 곳에 망원렌즈로 촘촘히 붙여
찍었습니다. 썰렁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터라 굳이 그런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 회사에 보고를 했지요.

갈등과 고민의 정리는 결국 인파사진을 쓰고 캡션으로 보충하면서 명쾌해 졌습니다.

'설을 10여일 앞두고 서울 남대문 시장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한 상인은 "예년보다 사람은 많아 보이지만 실구매로 이어지지 않아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기자라 사진으로만 얘기해야하고 캡션 또한 보이는 사진과 같아야 한다는
아집이 비교적 명쾌할 수 있는, 그리고 뻔히 아는 상황을 갈등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의 썰렁한 사진은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찍었습니다.'
라고 하니까 조금 찔리기는 한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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