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별에 대한 변명

연말이 되면 사진기자들은 소위 ‘송·신년호’ 사진을 준비하며 바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한해 마지막 지면과 새해 첫 지면에 좀 더 특별한 사진을 내보이겠다는 의지입니다. 사진부의 한해 마무리와 또 새로운 시작이 이 사진으로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기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송년호는 지난 한 해를 상징하는 큰 사건을 중심으로, 신년호는 새해 예정된 큰 행사나 ‘띠’를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립니다. 소재는 비슷하게 수렴됩니다. 그러다보니 같은 현장에서 만나기도 하고, 섭외과정에 같이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비슷한 사진이 각기 다른 신문에 실리는 이유입니다.

 

    +일간지 신년호 모음 

 

여전히 송년호에는 별이, 신년호에는 해가 배경으로든 중심으로든 들어가 있습니다. “사진에 해, 별, 차량 궤적 말고!”라는 말을 들은 지 1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진에 해나 별이나 차량의 궤적이 많이 등장해 식상하다는 얘기지요.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림이 카메라로 그대로 옮겨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실재’하는 것을 담을 수밖에 없고, 축적된 경험으로 조금씩 표현을 달리하는 정도지요. 사진기자의 입장에서 1년에 두어 번 지면에 등장하는 사진에 “식상하다”는 표현이 가혹하게 느껴집니다. 그 역시도 긴 고민의 산물이거든요. 물론 그 위에 상상력의 부재라는 자괴감도 겹칩니다.  

 

경향신문이 준비했던 송년호는 ‘세월호와 별의 궤적’, 신년호는 ‘진돗개와 해’, ‘경포대 오륜마크와 해’였습니다. 보통 해뜨기 전후, 해지기 전후가 사진을 극적이게 합니다. 평소에 카메라를 잘 들지 않는 시간대의 하늘빛의 변화무쌍함에서 오는 특별함과 왠지 모를 기대감도 있습니다. 식상하다해도 비교해보면 해와 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해와 별은 부수적인 것이나 소재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요.

 

    +사진 이준헌 기자

 

      +사진 김영민 기자

 

신년호를 얘기할 때 ‘십이간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역시 “식상하다”는 식상한 말을 해마다 듣는 소재입니다. 올해는 ‘황금개띠의 해’지요. ‘개와 해’가 있는 사진을 많이들 보셨겠지요? 생각해보면 이러한 사진도 매년 등장하지만 ‘개’는 12년에 한 번 찍습니다. 그나마 용이나 쥐, 뱀, 닭 같은 것은 통제도 어렵고 사진으로 드러내기 적합하지 않아 빛으로 그린 그림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전설 같은 얘기 하나. 어느 ‘닭띠 해’ 신년호에 ‘닭이 울고 그 뒤로 근사한 해가 솟는’ 멋진 사진이 한 신문에 게재됐습니다. ‘어떻게 찍었지?’ 모두 궁금해 했답니다. 이를 취재해보니, 박제한 닭을 올려놓고 일출 때 찍은 사진이었던 것이지요.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열정과 창의’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고, 윤리의 측면에서 태클을 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요즘도 요맘때가 되면 회자되는 일화입니다.

 

2017년 송년호와 2018년 신년호를 보니, 해와 별이 여전히 많지만 각 신문의 가치와 기획에 따른 사진의 빈도도 높아졌습니다.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Only 모바일’ 시대에 신문적인 사진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훗날 해와 별이 있는 사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추위에 언 손 불어가며 콧물 훌쩍이며 셔터를 눌렀던 사진기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2017년 마지막 날, 저는 경포대에 있었습니다. 일기예보에 일출 시간대에 날이 흐려서 해를 보기 힘들 거라는 걸 알고도 갔던 출장이었습니다. ‘간절히’ 바랐기 때문일까요. 구름에 가려진 수평선 위로 떠오른 해가 조금 뒤 구름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8년, ‘간절히’ 바라는 일들을 성취하시는 한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