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7

크리스마스 선물

제주 출장 나흘째 밤입니다. 밤마다 다음날 아침 날씨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해가 떠 줄까. 새해 지면에 게재할(수도 아닐 수도 있는) ‘신년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매일 해 뜨기 전 시간쯤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아침 날씨는 연일 ‘흐림’을 예보하고 있지만, 극적으로 하늘이 열리고 여명의 기운이 카메라 안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지요. 제주에 오기 전 주간 날씨예보를 체크했고, 수요일(어제) 아침에는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으리라 기대했습니다. 정작 당일 아침엔 구름이 잔뜩 끼었습니다. 뭐, 그런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장 일정을 연장했고, 코로나에 들뜰 일 없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출장지에서 홀로 보내고 있습니다. 꼽아보니 송·신년호 사진을 찍기 위한 출장을 꽤 오랜만..

사진이야기 2020.12.24

우리의 목소리는 '예술'이다

새해 나의 첫 다큐는 무엇이면 좋을까. 보통은 뭔가 희망적인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여의치 않으면 ‘황금돼지의 해’니까 돼지와 연결되는 것은 없을까, 고민에 빠집니다. 빤한 고민에 답이 잘 찾아지지 않았지요. 머리를 쥐어뜯다 지난해 포토다큐를 결산한 마지막 다큐 글의 맨 마지막 단락이 불쑥 끼어듭니다. “한해의 포토다큐를 돌아보며 아쉬움도 남습니다. 놓치고 외면했던 삶들이 스쳐갑니다. 어두운 귀는 상처받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둔한 손은 그 삶의 순간들에 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아파하고 상처받는 ‘작은 사람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며 다가가겠습니다. 그 삶에 가만히 카메라를 들겠습니다.”(2018년12월29일자) ‘아파하고 상처받는 사람들...’..

사진다큐 2019.01.28

총 들고 폼 잡으시기 전에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들은 새해가 되면 ‘안보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군부대를 찾지요. 바른정당(전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이 지난 2일 새해 첫 일정으로 전방부대를 방문했습니다. 북한 지역이 바라보이는 전망대에서 떡을 놓고 현장 시무식도 가졌습니다. 당이 ‘안보’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정입니다. 의원들은 인근 수색대대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장병들은 ‘잘 준비된’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의원들을 맞아주었습니다. 장병들과 점심식사 후 야외에 전시된 장비를 둘러봤는데요. 전시된 각종 개인화기(소총)에 특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장난감이든, 실물이든 총을 보면 폼 한 번 잡아보고 싶은 건 애나 어른이나 다를 게 없지요.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진짜’ 총을 들고 조준경을 들여다봅니다. 동료..

국회풍경 2017.01.08

청와대 제공사진 유감

새해 블로그 첫 포스팅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아주 먼 얘기, 다소 희망적인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보는 시야가 워낙 좁다보니 안 되는군요. 여전히 어수선한 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년 첫 신문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날 간담회 참석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을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지요. 참 가지가지 합니다.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6컷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기자의 카메라를 통제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널널하게’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할 사진을 여섯 장이나 올려놓고 다양하게 제공했다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사진이야기 2017.01.03

'새해 다짐 추가요'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잇달아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의원들이 지난 4일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동교동 사저를 찾았습니다. 응접실에서 이희호 여사를 기다리던 중 유성엽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향해 “김병관을 아느냐?”고 물었고 안 의원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영입한 것에 대한 얘깁니다. IT 기업인인 김 의장은 안철수의 대항마라 기사 제목이 달리기도 했지요. “(입당시켜) 기업인을 망하게 하면 되나?”하고 유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함께 자리한 탈당파 의원 모두 “허허허”하고 웃었습니다. 한 기업인의 입당과 그를 영입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꼰 것이지요. 인재영입 관련 기사에..

국회풍경 2016.01.06

새해에는...

2016년 들어와 오늘(4일) 첫 출근한 사진기자들은 아마도 ‘새해 첫 출근’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을 겁니다. 저 역시 출근길 지하철에서 제가 맡을 것이 거의 확실한 첫 출근 스케치를 생각습니다.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사진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거, 뭐 새로운 거 없나’ 싶은 거지요. 새해 새 각오로 시작하는 건 기자라고 다를 리 있겠습니까. 여러 다짐 중에는 새로운 사진에 대한 갈증도 포함됩니다. 그러다보니 새해 첫 출근길 사진을 생각하자마자 떠오르는 매번 보던 사진에 대한 거부의 몸부림이 살짝 일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결국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매년 그랬던 것처럼 세종로네거리로 향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사진기자 동료들이 횡단보도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6.01.04

"좀 웃겨 주세요"

지난해 12월29일 두 건의 인터뷰 사진을 맡았습니다. 두 건 모두 새해 첫 1면 사진 후보에 올라 있다며 전날부터 데스크는 은근히 압박을 가했습니다. 혁신학교 용인 흥덕고 3학년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전날 인터뷰는 했고 사진만 다시 찍는 것이었지요. 졸업과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 4명을 모으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나가는 사진이죠?" 한 학생이 물어왔습니다. "1면에 나갈 사진이야. 희망적인 내용에 어울리는 밝은 표정의 사진..." 1면에 나간다는 책임지지 못 할 말을 냉큼 내뱉었습니다. 신기해 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교실로 올라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시작은 무표정입니다. 슬슬 달궈 가는 것이지요. "조금 더 밝게 해볼까" "조금 더, 이가 보이도록" "자~ 활짝 웃자" ..

사진이야기 201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