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는 소재를 찾고 회의하고 결정하고 연락하고 일정을 잡으면서 시작합니다. 일단 취재원을 만나 얘기 나누고 카메라를 들면 웬만하면 다른 소재로 갈아타기는 어렵습니다. 대체로 어렵게 취재를 허락한 취재원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요. 마감시간이 제법 남았는데도 이미 급해진 마음에 ‘이건 아니다. 다른 거 찾자’는 결단은 좀처럼 내리지 못합니다. 이번 다큐도 그랬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여름휴가'를 찍어보자고 시작했지만 머릿속에 미리 그렸던 그런 휴가는 없었습니다. 달리 전개되는 상황과 애초의 의도 사이에서 수시로 갈등했습니다. 어정쩡한 상태로 ‘이정도면 됐다’며 버릇처럼 합리화를 했지요. 결국 이주노동자의 ‘여름휴가’는 바다로 놀러가는 ‘하루짜리 캠프’로 대체됐고, 피하고 싶었던 평범한 기념사진이 메인사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