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조영남의 청담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빌라로 알려진 곳이었지요. 그 값에 합당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들어갔습니다. 통유리 밖으로 한강이 조망되고 휑할 정도로 넓은 거실의 벽을 따라 그의 화투그림이 포개져 있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답을 하고 있었지요. 그림이 거의 완성이 된 상태였고 배경부분에 덧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카메라 쪽을 향하다 말고 자꾸 그림으로 가서 ‘붓을 놓고 기자를 보시라’고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꽃과콜라’. 말장난 같은 제목과 화투그림이 참 잘 어울렸지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책이 가득한 방이었지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