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 6

사진기자의 한국시리즈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3승 고지에 오른 두산이 이날 삼성을 꺾으면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자실에 들어서니 오랜만에 보는 스포츠지 선후배들이 반겨줍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수차례 연장 끝 승부와 한국시리즈를 취재하며 심신이 지친 선후배들은 특정 팀을 응원해서가 아니라 이날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축적된 경험이 있는지 스포츠지의 한 선배는 "종합(일간)지에서 취재 오는 거 보니 왠지 불길한데..."하고 웃습니다. "대구 가게 되면 니 탓이다”라며 제게 미리 뒤집어 씌웠지요. 오후 6시 경기인데 3시쯤 도착해 자리 추첨을 했습니다. 매체가 워낙 많기 때문이지요. 선착순이라고 했으면 전날 와서 진을 쳤을 것이 분명하기에 나름 정..

사진이야기 2013.10.31

'아웃포커스를 허하라'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사진기자의 카메라가 향할 대상은 자명합니다. 다음날 황교안 장관은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23일자 경향신문 1면을 포함해 몇몇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 뒤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황 장관의 사진을 게재 했습니다. 전날밤 청와대에서 이 사진을 다른 사진으로 교체해 달라고 했다더군요. 사진 앵글 왼쪽에 있는 박 대통령의 얼굴이 ‘아웃포커스’ 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파문이 커지는 국정현안에 침묵하는 대통령과 수사 외압 의혹에 함구하는 황 장관을 한 컷에 잘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청와대에는 보통 신문사의 고참급 사진기..

사진이야기 2013.10.28

그냥 노동입니다

가을이 깊어져 강원도 일대 산에는 단풍이 절정을 이뤘답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오대산의 단풍을 담으러 갔습니다. 산행객들이 붐비기 전에 월정사를 지나 옛길인 선재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처음 걷는 길이라 마음이 분주했지요. 대략 목적지까지의 왕복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상원사나 비로봉이 목표가 아니라 신문에 쓸만한 그림이 있는 곳이 바로 목적지지요. 왕복 4시간 정도로 예정했습니다. 그 시간 내에 그림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야 밥 먹고 마감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습니다. 마음처럼 발걸음도 바빴습니다. 저의 걸음은 일반 산행객의 두 배 정도의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저 사람 이 좋은 산에서 왜 저리 급할까?’하는 시선을 느꼈지요. 산에서는 오가는 사람 사이에 양보가 미덕이..

사진이야기 2013.10.22

사진 편집의 묘미

용산참사 때 강경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그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취임식이 있던 날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노숙 농성을 하며 공항공사 출입구를 지켰습니다. 김석기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말이지요. 김 사장은 유가족을 피해 일찌감치 옆문으로 들어가 오전 9시쯤 취임식을 하였습니다. 식 후 용산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 사장은 “불가피했다. 안타깝다”며 늘 하던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같은 시간 건물 밖에서는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안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가 유가족들 앞에 서지 못하고 직접 사죄하지도 못하는 이유가 권력에 기댄 오늘의 이 ‘자리’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사장은 용산참사 이후에는 오사카 총영사를 지내기도 했습..

사진이야기 2013.10.18

진정성을 가르쳐 준 시인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강조되는 만큼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라는 얘기겠지요. 뜻을 알고도 모호한 이 단어가 사전이 아닌 한 사람의 표정과 몇 마디의 말로 각인됐습니다. ‘아~ 이게 진정성이라는 것이구나’하고 말이지요. 지난 주 남원 만행산 귀정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투쟁 현장의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 사회연대쉼터인 ‘인드라망’이 있는 곳입니다. 개원을 앞둔 이 쉼터 구성원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중에 ‘거리의 시인’이라 불리는 송경동 시인이 있었지요. 희망버스 기획으로 투옥되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낸 그는 올 2월 이곳에 와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를 현장에서 여러 차례 봤지만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눈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3.10.14

5분

창간기획을 아우를 사진을 찍기위해 강원 원주로 향했습니다. '우리 안의 우리'라는 주제로 이미 기사는 완성돼 있는 상태였구요. 기사의 대표 꼭지인 협동조합 사람들을 찍는 미션이었습니다. 일을 시키는 데스크의 표정에 살짝 드리운 그림자(?)는 확신하지 못하는 그림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쓴 후배 jd기자를 통해 섭외된 소속이 다른 6명의 협동조합원을 원주 시내 '밝음신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눈에 익은 건물이었습니다. 지난해 안철수 대선 후보를 동행해 취재한 '무위당 기념관'이 있는 건물이었지요. 참고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고 리영희 선생이 생전에 한 두 살쯤 많은 무위당 선생의 인간의 크기에 압도 당해 형님 내지는 어른으로 모셨다는 분입니다. 원주 협동조합의 정신적인 토대를 만든 ..

사진이야기 201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