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 5

몸이 의도한 사진

“블로그에 올릴 게 참 없었구나”하는 방문자들의 의심과 염려를 감안하고 올립니다. 제겐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보도사진이 아니니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도 없지요. 우격다짐의 주관적 사진에도 관대해진 사진 환경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나름 진지하게 기록한 숱한 사진 중에서도 몇 장만 골라지고 나머지는 지워져야할 운명을 맞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열어보면 대체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사진 중에서 유독 거슬리듯 눈에 띄는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눌렀지만 내가 누르지 않은 사진입니다. 나의 것도 아니면서 나의 것인 사진입니다. 대게 이런 사진은 카메라를 드는 중에 눌리거나, 걸어가다 골반 즈음의 살인지 뼈인지 모를 어정쩡한 부분에 건들려 찍힌 것이지요. 젤 먼저 삭제될 운명의 사진이..

사진이야기 2016.07.22

'무기력이 씁쓸한 위안으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와 관련, 주민 설득을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설명회는 파행됐지요. 과정이 생략된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발표와 대통령 해외순방 시작 날 황급히 달려와 수습하려는 정부의 빤하고 딱한 '매뉴얼'에 화가 나더군요. 여기에 더 화가 났던 건 이를 사무실에서 TV 화면을 통해 지켜본 것이었습니다. 뉴스를 보는 동안 갑갑했습니다. 저는 정부가 사드 지역을 발표하던 날(13일) 성주에 갔다가 다음날(14일) 밤에 올라왔거든요. 총리의 전격방문이 이날 밤늦게 결정되었고 이 일정을 미처 체크하지 못해 사진부에서는 현장에 기자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오전 9시 넘어 기사를 통해 체크한 총리의 일정은 11시 성주였지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습니다. 총리가 ..

사진이야기 2016.07.16

"개·돼지를 위하여"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상임위 회의실이 아닌 회의실 앞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나 기획관을 기다렸습니다. 그의 망언에 대한 국민 분노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고향에서 급히 상경해 정신없을 그가 복도에서부터 플래시 세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개·돼지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놀라겠다”는 씁쓸한 농담이 흘러 나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들어선 나 기획관은 시종 고개를 숙인 채 땀을 흘렸습니다. 그에게 국회 출석은 부담스럽지만 변명의 기회이기도 했을 겁니다. 사진 찍는 입장에서 고개 숙인 모습만 담는다면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가 벗어나려 했던 99%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수도 ..

국회풍경 2016.07.12

텅 빈 국회에서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

국회풍경 2016.07.07

그때는 신기했고 지금은 안타깝다

3년 전쯤 조영남의 청담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비싼 빌라로 알려진 곳이었지요. 그 값에 합당한 통과의례를 치르고 들어갔습니다. 통유리 밖으로 한강이 조망되고 휑할 정도로 넓은 거실의 벽을 따라 그의 화투그림이 포개져 있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인터뷰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답을 하고 있었지요. 그림이 거의 완성이 된 상태였고 배경부분에 덧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카메라 쪽을 향하다 말고 자꾸 그림으로 가서 ‘붓을 놓고 기자를 보시라’고 얘기를 할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꽃과콜라’. 말장난 같은 제목과 화투그림이 참 잘 어울렸지요.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겨 사진을 몇 장 더 찍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책이 가득한 방이었지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요구..

사진이야기 201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