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 4

그의 '폴더인사'

입사 초, 회사나 취재현장에서 ‘90도 인사’를 부지런히 했더랬습니다. ‘나’를 빨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 바닥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에 대한 예의와 존경의 표현이라 나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의 설렘과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도 그 인사에 스몄을 테지요. 저의 ‘90도 인사’에 선배들의 평가가 보태지며 “인간이 됐더라” “경향 수습 잘 뽑았더라” 심지어 이제 막 들어온 병아리기자에게 “일 잘 하더라”는 비약까지 말이 커졌습니다. ‘농반진반’으로 후배들에게 얘기합니다. “인사의 약발로 여기까지 왔다”고. 세월이 흘러 제 ‘인사의 각도’는 현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만, 저의 ‘초심’이라면 그때 그 인사의 마음과 태도가 아닐까, 가끔 생각합니다. 당시 가장 두려웠을 말은 “인사만 잘하더라” “인사가 가식이..

국회풍경 2016.08.25

사진에 대한 예의

사진하는 사람들은 가끔 ‘자식 같은 사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기 손에서 태어난 사진이 그만큼 귀하다는 말이지요. 자식이 쉽게 여겨지고 가벼운 대우를 받는다면 맘 편할 부모가 있겠습니까. 출근길에 들여다 본 페이스북에 익숙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자식’ 못 알아볼 리 없지요. 중앙일보 기명 칼럼을 소개하며 이 사진을 페북에 걸었습니다. 취재 당시 중앙일보 기자가 없었으므로 자사 사진이 아닌 것은 확실했지요. ‘어떻게 내가 찍어 게재한 사진이 중앙일보 페북에 쓰였을까.’ 회사에서 따로 연락을 받거나 사진을 건넨 이가 없었지요. 페북 관리자가 온라인에 올라있는 경향신문 기사에서 사진을 캡처해 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사진이 어떤 허락이나 양해구함없이 무단으로 사용된..

사진이야기 2016.08.16

세 장면으로 남은 소설 '소금'

박범신의 소설 의 무대 논산과 강경을 다녀왔습니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70인과의 동행'의 탐방지였지요. 회사 창간기획 행사에 무한애정으로 참가하고 있는 아내의 ‘지시’로 출장에 앞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읽고 가면 뭔가 맥을 짚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암시를 하면서 말이지요. 논산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소설을 떠올리려니 주인공 이름부터 가물거렸습니다. 책에 수십 번은 반복됐을 이름인데 ‘나이 탓인가?’했지요. "재밌게 잘 읽었다"며 덮었던 책인데 어떻게 그렇게 깨끗이 지워질 수 있는지. 강경 옥녀봉에서 박범신 작가를 만나고 탐방 코스를 돌며 소설에 묘사됐던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설 속 막연했던 장면이 구체적인 모습을 띄니 하얗게 지워졌던 인물부터 내용까지 조금씩 되살아났습니다..

사진이야기 2016.08.05

'쌍팔년도 사진'

어떤 류의 사진은 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대게 이런 이미지를 피하고 싶은 게 평균적 사진기자의 마음입니다. ‘주식거래 30분 연장’ 사진도 그랬습니다. 벽시계를 걸고 객장을 찍는다는 게 경험 있는 사진기자들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한 증권사 객장을 찾았습니다. 저와 타사의 몇몇 후배들이 거래 마감시간 즈음해서 모였습니다. 한 후배의 손에 벽시계가 들려있었습니다. 이미 지면으로 증명되어 온 '굳은 이미지'는 떨치기 힘든 것이지요. “정성이 대단하다”고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시황 모니터 상단에 숫자로 시간이 표시돼 있어 벽시계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빤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는 준비한 시계를 카메라 앵글 속에 넣어 연방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이야기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