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는 사람들은 가끔 ‘자식 같은 사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기 손에서 태어난 사진이 그만큼 귀하다는 말이지요. 자식이 쉽게 여겨지고 가벼운 대우를 받는다면 맘 편할 부모가 있겠습니까.
출근길에 들여다 본 페이스북에 익숙한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습니다. ‘자식’ 못 알아볼 리 없지요. 중앙일보 기명 칼럼을 소개하며 이 사진을 페북에 걸었습니다. 취재 당시 중앙일보 기자가 없었으므로 자사 사진이 아닌 것은 확실했지요. ‘어떻게 내가 찍어 게재한 사진이 중앙일보 페북에 쓰였을까.’ 회사에서 따로 연락을 받거나 사진을 건넨 이가 없었지요. 페북 관리자가 온라인에 올라있는 경향신문 기사에서 사진을 캡처해 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사진이 어떤 허락이나 양해구함없이 무단으로 사용된 것이지요. 칼럼의 내용이 널리 알려져야 할 당위 앞에서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물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직접 문의해왔다면 회사 사규 위반을 감수하고라도 ‘그리하시라’고 했을 사안입니다. 온라인에 뜬 사진을 쉽게 본 것이지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썼다면 범죄고, 관행이라는 말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향신문은 떳떳한가,라 물으면 자신있게 ‘그렇다’ 답하기 주저할 것 같습니다. 사진 한 장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요. 간단해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은 사진기자가 현재 그 자리에 있기까지 축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 간단하게 캡처해 수월하게 써도 되는 그런 사진이 아니라는 겁니다. 사진하는 일이 숭고한 밥줄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내 자식 같은 사진이 내돌린 날에...
yoonjoong
이 글을 올린 뒤 중앙일보 담당자가 사과 전화를 해왔고 페북에 사과문까지 올렸습니다. 좀 무안하긴 했지만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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