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6

그들의 뒤통수

신문에 ‘금주의 B컷’이라는 코너가 신설됐습니다. B컷은 A컷에 밀려 쓰지 못한 아까운 사진을 말하지만 신문에 쓰기 부족한 사진의 의미도 있습니다. 나름 골라냈으나 지면에서 외면받은 사진뿐 아니라 아예 폴더 내에서 잠자던 사진도 B컷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코너가 생기다보니 삭제 직전에 기사회생해 'B컷'의 지위를 당당하게 누리게 되는 사진이 늘 것 같습니다. 신문에 쓰지 못하는 사진을 신문에 쓰는 것이니 B컷이 아니라 A컷이 되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들은 B컷 코너를 위해 준비했지만, 지난 주말 ‘정치 덕후’ 커버스토리에 꼽사리 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뒤통수 보고 누군지 맞혀 보시라'는 퀴즈가 되었던 것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

2016 나의 '사진연감'

2016년 어떤 현장에서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빠르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순전히 제 기준으로 '2016년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할 만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12월 현재까지 마감해 외장하드에 들어간 사진이 6200여장이구요. 그 중에서 사진 20여장을 추렸습니다. 6000장이 넘는 사진이 다시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주목받지 못했던 사진이 훗날 귀한 대접을 받으며 빛날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입혀지기도 하고 내재한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또 과거의 그날을 기록한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사진일 수 있기때문입니다. 급히 고르느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눈에 밟혔지만 너무 많아질까 싶어 빼버린 사진들도 20여장은 됩니다. 골라내지 못한 사진..

사진이야기 2016.12.26

'내 안에 악마가 산다'

영화의 한 장면일까. 다음날 신문 1면에 일찌감치 편집된 사진을 보며 든 첫 반응이 그랬습니다. 오른손에 권총을 쥔 남성이 왼손을 높이 들고 검지로 하늘을 찌르며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고 그의 왼쪽에 한 남성이 큰 대자로 누워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설명을 읽고서야 총격 살해 직후의 장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이런 극적인 사진은 잔인하고 끔찍한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사진은 터키 경찰관인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앙카라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를 쏜 뒤 “신은 위대하다. 알레포와 시리아를 잊지말라”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관련 기사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에 반발한 범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을 반..

사진이야기 2016.12.23

'두 장면'

지난 6일 열린 재벌 청문회의 두 장면을 남겨놓아야겠습니다.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벌 총수들이 대거 출석한 청문회라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주관이지만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 손들어보세요”라는 말에 재벌 총수들이 손을 든 사진이 경향신문을 비롯해 여러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안 의원이 재차 손들 것을 요구했을 때 찍힌 것이지요. 처음 안 의원이 물었을 때 유일하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만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신 회장이 혼자 손 든 이 사진의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왜냐면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한 ‘회장님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다 손을 못 들었던 것이지요. 앞뒤 두 장의 사진을 붙여썼어야 옳았다는 생각을 지나서야 합니다. ..

국회풍경 2016.12.19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

국회풍경 2016.12.12

플래시와 대통령

‘정치인은 카메라 플래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꺼려서는 크지 못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즐길 줄도 알아야합니다. 정치인의 인지도가 카메라를 모으지만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 이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카메라 플래시에 곧 익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이 싫을 리 없지요. 플래시의 빛은 ‘내가 주목받고 있구나’ ‘뉴스 안에 내가 있구나’ 느끼게 합니다. 어느 은퇴한 정치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습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저는 대통령의 주위에 번쩍이는 플래시 빛이..

사진이야기 201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