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제주에서 한 달 휴가를 보내게 됐습니다. 근속 휴가에다 연차를 보탰습니다. 쉬고 싶어 긴 휴가를 낸 것이 아니라 써야 할 휴가가 생기니 길게 쉬고 싶어 졌습니다.
제주 구좌읍의 한적한 마을에 독채 민박을 구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길을 걸어 주소지에 닿았을 때는 해거름이었습니다. 짐가방을 풀기도 전에 민박집 지붕 위에 드리운 하늘을 보며 ‘잘 왔구나’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작정한 휴가였지만, 막상 와서 보니 그 ‘아무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몸 가는 대로, 마음 시키는 대로 느슨하고 즉흥적인 하루하루 살아보자는 정도에 합의를 봤습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매일 하늘과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생각도 생겨납니다.
비워지면서도 채워지는 날들이기를 바란다고 쓰려니, '바란다'는 것은 일종의 계획이자 욕심이므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이 적당하다 싶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정리할 겸 사진 몇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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