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고모부의 일기장

나이스가이V 2022. 4. 26. 16:16

아버지 일기 중에서...”

출근길에 사촌형의 카톡 문자와 사진 석 장이 전송돼왔습니다.

무심히 사진을 띄워보고 먹먹해졌습니다.

 

얼마 전 고모부가 돌아가셨습니다. 대구에 살던 어린 시절에 고모댁으로 가끔 놀러 가면 교사였던 고모부는 무뚝뚝하게 앉아 계시곤 했습니다. 책을 읽으셨던 것도 같습니다. 그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조카를 반기며 활짝 웃어도 주셨을 테지만 그런 기억보다는 무뚝뚝하게 앉아있던 모습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이후 자라면서 부산으로, 다시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고모부를 뵐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결국은 돌아가신 후에야 영정사진을 들여다보며 후회를 했지요. 한 통의 전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싶습니다.

 

7년 전 책을 냈습니다. 사진다큐를 하며 모았던 취재기를 엮은 책이지요. 아마도 아버지께서 형제분들 댁으로 책을 일일이 보내드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고모부가 보시리라는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책은 그저 어른들 사이에 인사라 생각했습니다.

 

고모부는 책을 받아보시고 이 작은 사건(?)을 기록하시고 또 읽으셨습니다. 어릴 적 기억에 남았던 책 읽으시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필체(기운이 없으셨을 거라 짐작합니다)로 남긴 일기에 짧은 문장으로 남기셨습니다. 20161월 책은 받은 날을 포함에 세 번을 언급하셨지요.

 

사진기자 강윤중이 책을 보내왔다” (2016.1.10.)

강윤중 책 감명 깊다” (2016.1.11.)

강기자 책 wonderful! reading must.” (2016.1.14.)

 

고모부의 유품을 정리하던 사촌형이 일기장 메모를 출근길에 보내줬던 겁니다. 기억에 남아있다면 어릴 적 까불대던 꼬마의 기억이 전부일 조카를 책을 통해 만나지 않았을까요. 전화 한 번 못 드린 게 너무 죄송스러웠고, 책으로나마 나도 모르는 나의 안부를 전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고, 내게 너무나 깊은 울림을 주는 세 문장을 남겨주신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한 주는 틈틈이 고모부를 기렸습니다. 장춘환님,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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